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한 말은 호소에 가까웠다. “최근 일본 관련 상황을 보면서 우리 기업들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운을 뗀 박 회장은 최근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 기업들은 역사의 굴곡 속에서 생존해왔습니다. 내 나라말을 못 쓰던 시절에도, 내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을 부르지 못한 시절에도,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저희는 기업을 지켜왔습니다. 세계 시장에 우리 기업의 이름으로 제품을 내놓기 시작할 때는 이웃 기업과 협력하고 고객과 동반자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7/09/ee7a3dd1-bb46-406d-acf0-28424ab28b42.jpg)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아는 일본 기업들 모두 고객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었습니다. 경제 교류는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약속이며 거래입니다. (약속과 거래는) 기업 모두가, 국적이 뭐든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약속과 거래를 한·일 기업들이 서로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박 회장의 발언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기업인들의 지혜를 묻는 이 원내대표의 요청에 대한 대답이었다. 한·일 양국 간 정치적 갈등의 불똥이 경제계에까지 튄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붙들어 줄 것은 붙들고, 놓아줄 것은 놓아 주어야 할 때 아니냐”고 적었었다.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굉장한 위기지만, 이번 기회에 소재·부품·장비 관련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대화가 오갔다고 정춘숙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삼성, LG 등 반도체와 관련해 우리나라보다 더 큰 고객은 없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일본 기업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박 회장의 발언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주영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7/09/a1f8188e-1a12-4dfd-bd68-f7c2852f4ac2.jpg)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주영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반대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규탄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 민주노총 페이스북]](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7/09/23439811-c1dc-4fbf-a1cc-0458c4137b26.jpg)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반대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규탄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 민주노총 페이스북]
‘경제계의 호소’와 노동계의 ‘요구’ 사이에 끼인 여당에서는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핵심관계자는 “여당은 노동계와 기업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도 ‘친(親)노동’ 원칙을 저버리지 않을 테니 노조도 이기주의적인 태도는 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