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삶이 되는 전주"…정치판 떠난 김승수 前시장 『도시의 마음』 출간

김승수(56) 전 전주시장이 2022년 6월 정치판을 떠난 지 3년 만에 출간한 인문서 『도시의 마음』 표지. 사진 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김승수(56) 전 전주시장이 2022년 6월 정치판을 떠난 지 3년 만에 출간한 인문서 『도시의 마음』 표지. 사진 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3년 전 “기득권 내려 놓겠다” 불출마

김승수(56) 전 전주시장이 최근 『도시의 마음』이란 책을 냈다. 2014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전주시장을 두 번 지낸 뒤 “기득권을 내려 놓겠다”며 정치판을 떠난 지 3년 만이다. 일각에선 “혹시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출마용 책’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출판사 ‘다산북스’ 측은 “이 책은 김승수가 전주라는 도시 곳곳에 ‘마음’을 담음으로써 생겨난 아름다운 변화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자 거기서 깨달은 관점을 담아낸 인문서”라고 일축했다. 선거 밑천을 마련하는 수단이 된 출판 기념회도 생략한 까닭이다.

김완주 전 전북지사의 전주시장 시절 9급 비서로 공직을 시작한 김 전 시장은 전북도 2인자인 정무부지사(별정직 1급)까지 오른 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역대 최연소(당시 45세) 전주시장에 당선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2021년 7월 1일 민선 7기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주시장 3선이든, 도지사든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회견 직후 당시 청와대 한 고위 인사가 김 전 시장에게 전화해 “지금 민주당이 상당히 어려운데 전국적으로 자치단체장이 기득권을 버리고 선거에 안 나간 첫 사례”라며 “문재인 대통령님도 높이 평가한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낙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전 국회의원 지역구인 전주을 재선거(2023년 4월 5일) 출마설이 돌았으나 김 전 시장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며 책 출간도 미뤘다.

2020년 3월 27일 당시 김승수 전주시장이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원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3월 27일 당시 김승수 전주시장이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원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수 “‘인간다운 도시’ 해답 담아”

김 전 시장은 이 책에서 “25년 넘게 도시 정책이 구현되는 현장에 있었다”며 “어떻게 하면 도시가 시민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공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고, 그간 찾은 답을 이 책에 담았다”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그는 “도시란 단순히 우리가 돈을 벌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공간 그 이상이어야 한다”며 “도시가 제공하는 공공장소와 시민이 관계를 맺을 때 시민이 도시와 연결돼 있고, 또 지지받고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진정한 도시로서 기능한다”고 했다. 김 전 시장은 그러면서 “도서관을 짓든, 놀이터를 짓든, 공원을 짓든 시민을 사랑하고 그 삶을 존중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야 시민들의 삶 또한 달라질 수 있다”며 “‘인간다운 도시’를 위해 찾아낸 해답들을 ‘도시의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주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전주 곳곳에 서학예술마을도서관·연화정도서관 등 도서관과 책놀이터를 조성하고, 작가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해 전주를 ‘문화 도시’로 발돋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예로 2000년대 초반 성매매 업소 85곳이 불야성을 이루던 ‘선미촌’이 점진적 재생을 통해 문화·예술인이 창작 활동을 하고 동네책방(‘물결서사’)을 운영하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또 쇠락한 산업단지가 ‘팔복예술공장’이라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바뀌었다. 김 전 시장은 코로나19 시기엔 전국 최초로 착한 임대인 운동과 재난기본소득, 해고 없는 도시 같은 정책을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2017년 11월 8일(현지 시각) 당시 김승수 전주시장(왼쪽)이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생전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주 한지로 복본된 고종 황제 친서를 건네고 있다. 사진 전주시2016년 10월 5일 성매매 집결지인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 선미촌에서 열린 소보람씨 설치미술전 개막식에서 당시 김승수 전주시장 등 참석자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전주시

“따뜻한 관점·안목이 좋은 도시 만들어”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됐다. ▶도시의 의미(당신에게 도시는 어떤 의미인가요?) ▶도시의 역할(도시가 책과 함께 사유할 수 있다면) ▶도시의 마음(우리가 지은 것은 도서관이 아닙니다) ▶도시의 확장(도시의 경험적 확장이 삶의 확장입니다) ▶도시의 미래(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종류의 인간이 필요하다) 등이다.

김 전 시장은 이 책 프롤로그에서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데 왜 도시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까 (중략) 오랫동안 그 차이에 천착했다”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차이는 시민들을 사랑하고 그 삶을 존중하는 따뜻한 ‘도시의 마음’에서 온 것이었다”고 단언했다. 이어 “도시가 가진 마음의 차이가 정책의 결을 결정하고, 그 결은 도시와 시민들의 삶의 변화를 만들어낸다”며 “도시의 마음을 담는 방식이 바로 관점과 안목”이라고 했다. “좋은 도시는 따뜻한 마음을 품은 관점과 안목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