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과 다르다"···나경원 아들 '1저자 논란' 핵심 쟁점 넷

야당의 ‘내로남불’일까, 여당의 ‘물타기’일까.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아들 김모씨가 2015년 미국 고교에 재학 중 미국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의공학 포스터의 제1저자로 이름이 등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반격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고교 시절 논문 특혜 의혹을 비판하던 나경원 원내대표의 아들도 결국 똑같은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민께 답하라. 아들 논문 청탁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고, 지지층들은 ‘나경원아들논문청탁’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렸다. 이에 한국당은 “민주당의 물타기 공작, ‘조국스러움’의 극치”(이만희 원내대변인)라고 반박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①논문인가 아닌가=우선 여당과 지지층이 ‘논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과 거리가 있다. 여권 진영의 말을 빌어도 그렇다. 조국 장관 딸이 고교 시절 쓴 것으로 알려진 학술저작은 두 종류다. 제1저자로 오른 단국대 논문은 SCI급 학회지에 정식 등재된 논문이다. 그리고 제3 저자로 참여한 공주대 포스터다. 당시 조국 장관 측(청문회 준비단)에선 후자에 대해 “언론에서 ‘논문’이라고 언급한 건 ‘일본 국제학회 발표문’으로서 공식적인 논문이 아니라 발표내용을 (1~3쪽으로) 간략하게 요약한 ‘발표요지록’일 뿐”(지난달 20일)이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의 아들 김씨가 쓴 게 바로 포스터다. 한 장 분량이다. 2015년 발표 당시에도 ‘포스터 세션’에 참여했다고 나와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아들 김모씨가 2015년 고교시절 작성해 제1 저자로 등재된 연구 포스터. [EEE EMBC(전기전자기술자협회 의생체공학컨퍼런스) 홈페이지 캡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아들 김모씨가 2015년 고교시절 작성해 제1 저자로 등재된 연구 포스터. [EEE EMBC(전기전자기술자협회 의생체공학컨퍼런스) 홈페이지 캡처]

한국당이 “나 원내대표의 아들은 고교 시절 논문을 쓴 적도, 또 논문의 저자가 된 적도 없다”고 말하는 배경이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도 10일 페이스북에 “고등학생들도 포스터 발표를 많이 한다. (포스터는) 정식 논문으로 볼 수 없다”고 썼다.



②청탁 있었나=김씨 포스터의 교신저자인 윤형진 서울대 교수는 “평소 친분이 있던 나경원 의원으로부터, 아들이 미국 뉴햄프셔에서 개최되는 과학경진대회에 참가하고 싶은데, 이를 위한 연구를 도와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 역시 “실험연구 활동이 필요해 윤 교수에 연락해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연구 계기에 대한 둘의 설명이 다르지 않은 셈이다.

조 장관 딸의 경우는 주장이 엇갈린다. 조 장관은 딸의 단국대 경험에 대해 “(인턴십 참여는) 딸 고등학교(한영외고)의 디렉터(코디네이터)라고 부르는 선생님이 설계했고, 딸이 스스로 지원했다”고 했다. 논문지도교수인 장영표 단국대 교수는 지난달 “(조국 장관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먼저 딸의 인턴십 참여를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당시 한영외고 코디네이터를 담당했던 A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런 프로그램은 알지 못한다. 정말 조 후보자가 그렇게 말했느냐”고 되물었다.

③제1저자 등재 기여도=조국 장관의 딸의 논문 기여도에 대해 장영표 교수는 주로 영작을 담당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다. 조국 장관 역시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단국대 논문 관련 질의를 받곤 “저희 아이가 영어를 조금 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의 2014년 10월(왼쪽), 2015년 1월 SAT 성적표. 나 원내대표 아들이 입학한 미국 예일대는 SAT 점수를 슈퍼스코어링(Superscoring, 여러번 응시한 SAT 점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과목 점수만을 고려해 주는 제도) 방식으로 평가한다. 2014년 10월 쓰기(Writing) 800점과 2015년 1월 독해(Critical Reading) 770점, 수학(Mathematics) 800점을 합산하면 2370점이다. SAT는 2400점 만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실 제공]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의 2014년 10월(왼쪽), 2015년 1월 SAT 성적표. 나 원내대표 아들이 입학한 미국 예일대는 SAT 점수를 슈퍼스코어링(Superscoring, 여러번 응시한 SAT 점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과목 점수만을 고려해 주는 제도) 방식으로 평가한다. 2014년 10월 쓰기(Writing) 800점과 2015년 1월 독해(Critical Reading) 770점, 수학(Mathematics) 800점을 합산하면 2370점이다. SAT는 2400점 만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실 제공]

 
반면 윤형진 교수는 “비교적 간단한 실험연구였고, 학생은 스스로 데이터 수집과 분석 등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 아들은 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2015년 3월 뉴햄프셔주에서 개최하는 지역과학경진대회에 출전해 공학 부문 1위, 전체 2위 성적을 거뒀다. 이와 관련 나 원내대표는 아들의 고교 수석 졸업(숨마 쿰 라우데) 증명서와 SAT(2400점 만점 중 2370점)·AP(10과목 만점) 성적 등을 공개하며 “본인의 노력과 실력으로 대학을 갔음에도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딸의 성적과 관련 “AP 세 과목 만점을 받았다”고 했고,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조국 장관 딸의 SAT 점수(1970점)를 공개했다.

④전문기관 판단=대한의사협회는 조 장관 딸의 단국대 논문과 관련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딸, 제1저자 기여 가능성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의 아들 포스터에 대해서 의협은 10일 “조국 딸 논문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했다. 협회 관계자는 “포스터는 연구에 대한 일종의 예비보고서“라며 “포스터 연구에 대한 명확한 국제 가이드라인이나 기준이 없고 학회마다 판단이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의협의 공식 회의 석상에서 논의할 대상도 아니라는 의미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