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 함박도 기지, 미군 알고 있었지만 그냥 뒀다

함박도 위성 사진. [사진 구글 어스]

함박도 위성 사진. [사진 구글 어스]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의 무인도인 함박도에 북한군이 군사 시설을 지었다는 사실을 한ㆍ미연합군사령부를 통해 주한미군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2016년 북한군이 배로 함박도에 공사를 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한 뒤 공동으로 북한군 동향에 대해 분석을 벌였다. 2017년 연합사는 당시 빈센트 브룩스 연합사령관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정부 소식통은 “브룩스 전 사령관은 보고를 들은 뒤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며 “이후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함박도의 북한군 레이더 기지가 안보에 크게 위협이 안 된다는 게 당시 한ㆍ미의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한ㆍ미는 공중 정찰 전력이 부족한 북한이 NLL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레이더 기지를 만든 뒤 수도권 일대의 항공기 운항을 파악하려 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1953년 7월 27일 정전 이후 함박도를 사실상 내버려 뒀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함박도는 섬이 매우 좁다(1만9971㎡ㆍ약 6041평). 물도 나오지 않는 거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북한군이 병력을 주둔하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한 번은 북한 주민이 서해에서 부유물을 안고 헤엄쳐 귀순하려다 지친 나머지 잠깐 머물며 쉰 곳이 함박도”라며 “평소 인적이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함박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함박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나 2015년부터 북한군이 함박도 일대에서 활발히 움직였다. 함박도 주변 무인도 2곳에 관측소를 건설한 북한군은 2016년 함박도에 배로 장비와 물자를 가져다 놨다. 2017년 공사를 시작해 2018년 레이더 기지를 완성했다. 한ㆍ미 군 당국은 북한군 시설을 처음에는 관측소로 평가했는데 나중에 레이더 기지로 판명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2017년 5월부터 북한군이 레이더 등 감시 장비를 설치하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며 “북한군 병력 1개 소대가 투입된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함박도에 방사포가 배치됐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함박도에는 공격무기가 일절 없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포병은 사격 후 다른 진지로 옮겨야 한국군의 반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함박도는 북한군이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을 걸었던 무도ㆍ개머리와 달리 예비진지를 만들 공간이 아예 없다”고 설명했다.

 
서해 NLL 이북에 있는 함박도는 등기부등본상 소유권이 산림청으로 나와 있어 남북한 중 어느 쪽 섬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