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볼턴 다음은 폼페이오"…조선신보, 맥 잘못 짚었다

지난해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는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는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북한 외곽매체가 20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과 관련, “잘될 일”이라면서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라는 불안정 요소가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서다. 조선신보는 북한 노동당이 직접 관여하는 조선중앙통신ㆍ노동신문과 같은 관영매체는 아니지만 북한 정권이 대외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의 간접 전달 창구로 활용된다. 주로 북한 정권이 공식적으로 제기하기엔 위험하거나 적합하지 않다고 느끼는 메시지를 조선신보를 통해 전하는 경향이 있다.  

북한은 볼턴 전 보좌관과 악연이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에 대해 북한은 ‘인간쓰레기’ 등의 막말 비난을 해왔다. 이날 조선신보는 “볼턴처럼 국내외에서 배격받고 혐오 당한(받은) 외교전문가는 극히 드물다”며 “6자회담 시기부터 조선(북한) 문제에 못되게 논 것으로 하여 조선은 그를 인간오작품, 흡혈귀, 안보 파괴 보좌관이라고 맹비난해왔다”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지난 10일(현지시간) 트위터로 전격 경질한 것을 두고 조선신보는 “경질하는 방법도 트럼프 대통령답다”고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경질 배경에 대해 볼턴이 ‘리비아 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을 북한에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카다피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고 말하면서다.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눈엣가시 볼턴의 제거와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위를 보장하겠다는 의도로도 들릴 수 있다.  

지난 6월 청와대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둘의 관계는 앙숙에 가까웠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 6월 청와대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둘의 관계는 앙숙에 가까웠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조선신보는 그러나 이날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겨냥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정확히 읽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신보는 이날 “조선(북한) 측이 ‘이성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력이 결여된 협상의 훼방꾼’, ‘미국 외교의 독초’라 비판한 폼페이오 장관이라는 불안정 요소가 남아있다”며 “그도 대통령의 뜻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신임은 두텁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신임은 두텁다. [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의 주장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무한정 신뢰를 보낸다는 게 복수의 한ㆍ미 외교 소식통의 공통된 전언이다. 볼턴의 경질로 폼페이오 장관의 입지는 더 탄탄해졌다. 볼턴의 후임인 브라이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을 천거한 인물도 폼페이오다. 폼페이오 장관은 차기 백악관 입성을 노린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정설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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