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장기집권에 제동…총선 과반 확보도, 연정 구성도 빨간불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19일 시몬 페레즈 전 이스라엘 대통령의 추모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그의 연임은 좌절될 가능성이 크다. [AFP=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19일 시몬 페레즈 전 이스라엘 대통령의 추모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그의 연임은 좌절될 가능성이 크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장기집권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17일 치러진 총선의 개표가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120개 의석 중 31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일 현재 외신과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개표가 99.8% 진행된 상황에서 과반을 확보한 정당은 없다. 중도정당인 청백당은 33석을 얻어 간발의 차로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에 앞서 원내 1당 지위를 확보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2기에 걸쳐 총 13년간 유지해온 총리직에 머물기 위해선 다른 당과의 연정이 필수인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 제안을 딱 잘라 거절했다.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부패한 총리과 손을 잡을 순 없다”는 이유를 대면서다. 네타냐후 총리는 검찰 기소를 앞두고 있다.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확보했다. [EPA=연합뉴스]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확보했다. [EPA=연합뉴스]

 
선거 유세 기간 중에 서로를 맹공해온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가 연정을 꾸릴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네타냐후 총리는 간츠 대표를 “나약한 좌파”라고,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우익 극단주의와 협력하는 데다 부패했다”고 비난해왔다.  

간츠 대표는 대신 다른 군소 정당인 텔렘당과예시아티드 당과 연정을 꾸릴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현지 방송 채널12는 간츠 대표가 중도ㆍ진보ㆍ아랍계 정당과 연정을 이룰 경우 57석을 차지하고, 네타냐후 총리의 보수ㆍ종교계 연합은 55석 획득이 가능하다고 관측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위해선 극우정당인 이스라엘 베이테누당과의 연정이 필요하다.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은 현재 8~9석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종교 색채의 정당과는 협력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구상하는 보수ㆍ종교 통합 구상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남은 절차는 이스라엘 형식상 국가수반인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리블린 대통령이 총리 후보로 선택을 한 인물은 앞으로 42일 동안 연정 파트너를 확보해야 한다. 해당 총리 후보가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또 다른 총리 후보가 선택되며, 그에겐 28일의 연정 파트너 확보 기간이 주어진다. 이마저도 무산되면 이스라엘을 또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현재까지 나온 결과로는 간츠 대표가 총리 후보로 먼저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은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당의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1996~99년에 이어 2009년부터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결과로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스라엘 당국은 공식 선거 결과가 발표되는 내달 2일까지는 결과가 다소 달라질 수 있다며 여지를 뒀다. 그러나 현지에선 사실상 최종 결과가 나온 것과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