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가는 文·아베···G20처럼 '10초 악수'만 할까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는 22일(현지시간)부터 26일까지 3박 5일간의 '유엔 외교 위크'가 시작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초 방침을 뒤집고 유엔총회에 참석기로 결정한 것은 그만큼 현 국제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뜻한다. 이번 유엔총회 기간 중의 외교 성과는 향후 북·미 관계는 물론 한·일, 한·미 관계에 즉각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미 정상회담, 24일 유엔 기조연설, 나아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깜짝 조우’도 관심거리다. 이번 유엔 외교의 3대 관전 포인트를 정리한다. 
①'동상이몽' 한ㆍ미 정상회담?=현재 한ㆍ미 간 '3대 외교 현안'은 ^북·미 대화 재개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이다. 어느 것 하나 쉬운 문제가 아니다. 두 정상 간 메시지의 강도에 따라선 어색한 ‘동상이몽’이 연출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방위비 문제일 공산이 크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대폭 인상을 다짐받으려 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 서울에서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개시되는 것도 시기적으로 한국에는 부담이다. 반면 한국 쪽 관심사는 북ㆍ미 대화 재개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을 협상 트랙에 계속 잡아두기 위해서라도 일부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 입장에선 이를 위해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전향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일 관계도 언급될 전망이다. 최근 워싱턴 당국자를 두루 접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측에선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한국에 불만이 큰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한ㆍ미ㆍ일 공조 체제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②한ㆍ일 정상회담은 '불투명'=일본 교도통신은 19일(현지시간)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나 수출규제 등 현안에서 타협하지 못한 만큼 유엔총회 기간 중 정상회담은 보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신임 일 외상 간 회담은 25~26일로 조율 중이다. 앞서 한국은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앞두고서도 대통령 차원에서 아베 총리와의 만남을 제안했지만, 일본 측이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사실상 거절한 바 있다. G20 회의장에서도 '10초 악수'만 했다. 이번 유엔총회 행사장에서도 장시간 얼굴을 맞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이달 11일 개각 직후에도 "(한국과의 외교 기조는) 먼지만큼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하반기 10월 22일 새 일왕 즉위식과 11월 22일 지소미아 종료일 등 두 번의 기회를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북ㆍ미 실무협상 ‘장외전’= 뉴욕 정상외교가 숨 가쁘게 돌아가는 동안 '제3국'에선 북미 실무협상이 열릴 공산이 크다. 최선희 부상이 '9월 중하순'으로 시기를 못 박았기 때문에 이르면 이번 주말 구체적인 실무협상 시간·장소 등 윤곽이 나올 수도 있다. 소식통은 “판문점이나 평양은 미국이 선호하지 않고, 제3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미가 교환할 '새로운 셈법'도 관건이다. 북한은 일찌감치 외무성 미국국장 명의 담화(16일)를 통해 '제도 안전'과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제재)'의 제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핵 동결시 연락사무소 등 개설'은 거부했다(12일 조선신보). 북·미 간 대화 재개를 대비해 대통령보다 한발 앞서 방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개최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최근 담화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은 결국 한국에는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를 얻어오기를 원할 것"이라며 "한국이 북한의 심부름꾼으로 비춰져선 안 되기 때문에 한·미 대화에서 비핵화의 조건부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사(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사(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