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당 최초 ‘민주당 정책페스티벌’이 다소 아쉬운 이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 2019 정책페스티벌 정책경연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 2019 정책페스티벌 정책경연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여야 간 ‘정쟁(政爭)’이 아니라 ‘정책 경쟁’이 주가 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20일 국회 의원회관 1~3층 곳곳에서 종일 진행된 ‘더불어2019정책페스티벌’을 보며 든 궁금증이다. 메인 이벤트는 ‘정책경연대회’였는데 전국의 253개 지역위원회 예선을 거쳐 올라온 20개의 정책아이디어가 발표되면 당원들이 이를 직접 심사하고 시상하는 컨셉트였다. 평가단은 권리당원과 당 연구위원, 보좌진 등 300명으로 구성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페스티벌 현장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 사이에 서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페스티벌 현장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 사이에 서 있다. [뉴스1]

이해찬 대표는 인사말에서 “정당은 진영논리와 계파싸움이 아니라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게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일관된 지론”이라며 “오늘 행사는 400만 당원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최고의 정책축제이고 집권여당의 역량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당 사상 최초의 정책페스티벌’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자살률 1위인 청년층에게 정신과 치료비 지원, 국무총리실 산하 ‘아이돌봄청’ 신설, 자영업자를 위한 ‘폐업희망지원센터’ 설치, 장애인 콜택시의 전국 통합 이용 등 생활밀착형 정책 아이디어들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실제 청년, 폐업한 자영업자 등 당사자들이 발표를 맡아 자신이나 주변의 경험담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페스티벌 평화경제 대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평화경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김경수 경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박남춘 인천시장, 김홍걸 민화협 의장 등이 참석했다.[뉴스1]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페스티벌 평화경제 대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평화경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김경수 경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박남춘 인천시장, 김홍걸 민화협 의장 등이 참석했다.[뉴스1]

그런데 행사를 지켜보다 보니 못내 씁쓸해졌다. 이런 행사가 ‘정당 사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만큼 그간 정치 현실과 민심의 거리가 멀었다는 점, 민생을 파고드는 정책을 두고 여야가 경쟁을 펼치기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냉전이 한동안 지속할 것 같다는 점 등 때문이다.

프로그램도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사전에 온라인을 통해 중앙당 정책의제에 대한 찬반 투표를 했는데 대체로 무난한 의제들이 선정됐다.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한 형사미성년자 연령(13세→12세) 인하, 청년 구직수당 대상 확대, 다자녀가구 지원 확대 등이다. 모병제나 군 가산점 제도 등 젠더 이슈와 관련한 정책 의제라든지 정시 확대나 선거제도 등 현안 관련 의제는 빠졌다. 준비위원장을 맡은 박광온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다소 민감한 정책 의제도 다룰지 고민은 했지만 아무래도 쉽게 결론 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빠지게 됐다”며 “첫 시도였던 만큼 기회가 된다면 당원들과 그런 주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시간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페스티벌에서 김병욱 의원이 중앙당 정책의제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유튜브 캡쳐]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페스티벌에서 김병욱 의원이 중앙당 정책의제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유튜브 캡쳐]

80만명이 넘는 권리당원 중 투표에 참여한 비율은 12%(10만3408명) 수준이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특히 연령별 투표 현황을 보면 29세 이하가 6%로 60대(10%)보다 적었다. 40대(34%), 50대(26%), 30대(23%) 순으로 참여율이 높았다.

당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민심과 더욱 가까워지려는 집권여당의 노력은 백번 응원한다. 다만 자화자찬이나 그들만의 축제로만 그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