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 최다 피해는 지적 장애인…신체 학대, 돈 착취 많다

장애인 학대가 한 해 900건 가까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1]

장애인 학대가 한 해 900건 가까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1]

지난해 장애인 학대가 900건 가까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적 장애인의 피해가 컸고 신체 학대, 경제적 착취가 제일 많은 편이었다. 보건복지부ㆍ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으로 신고된 학대 사례 등을 분석한 전국 현황보고서를 23일 공개했다. 장애인 학대 보고서가 정부 차원에서 나온 건 처음이다.

지난해 장애인 학대 신고 접수 건수는 총 3658건이다. 이 중 최종적으로 학대 사례로 인정된 것은 889건으로 집계됐다. 학대 판정하기에 증거는 부족하지만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잠재 위험 사례도 150건 있었다. 피해 장애인 중에선 지적 장애인이 3명 중 2명(66%)으로 절대다수였다. 지적ㆍ자폐 등 정신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모두 합치면 74.1%까지 올라간다. 학대에 노출되기 쉬운 정신 장애인 피해자를 위한 맞춤형 예방책과 이들을 지원할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장애인 학대는 여타 학대와 비교했을 때 세부 유형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노인ㆍ아동에 대한 학대는 대개 욕설 등 정서적 학대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반면 장애인 학대는 신체적 학대(27.5%), 경제적 착취(24.5%)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정신 장애인은 경제적 착취, 지체 장애인은 신체적 학대가 최다였다.

장애인 학대 유형별 분석. [자료 보건복지부]

장애인 학대 유형별 분석. [자료 보건복지부]

학대 가해자는 평소 장애인과 함께 지낼 시간이 많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가 23.1%로 가장 많았고 장애인 부모(12.9%)가 그다음이었다. 시설 직원이나 가족이 장애인의 동반자가 아니라 가해자로 변하는 일이 종종 나타난다는 의미다. 부모는 주로 신체적 학대나 유기의 가해자가 됐다.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는 방임 비율이 높았다. 학대 발생 장소는 피해 장애인 거주지 35%, 장애인 복지지설 27.5%의 순이었다.

이처럼 피해를 받는 일이 많아도 본인 스스로 신고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신고 의무자인 사회복지공무원이 신고한 비율이 22.9%로 가장 높았다. 반면 피해 신고를 장애인이 한 비율은 10.6%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발달장애인이 학대 사실을 인지하고 스스로 신고한 경우는 2.9%로 훨씬 더 낮았다. 발달 장애인 특성에 맞는 학대 신고 프로그램과 홍보 자료 개발 등이 시급한 이유다.


복지부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장애인 학대 예방, 피해자 보호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학대 신고를 더 활성화기 위해 신고 의무자 직군을 현재 21개에서 자립생활센터 직원, 국민연금공단 활동 지원 담당자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학대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피해 장애인을 위한 쉼터도 순차적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2017년 5개였던 쉼터는 올해 13개, 내년 17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장애인 시설 종사자에 대한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시설 종사자 등 신고 의무자가 학대를 저질렀을 경우 가중 처벌토록 하는 제도 개편도 추진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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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이번 학대 보고서 발간으로 장애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길 기대한다. 정부도 장애인 학대 예방과 피해 장애인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