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5조 분담금' 싸우는 韓, 떠나는 대표가 협상장 간다 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체결을 위한 첫번째 정식 협상이 오는 24∼25일 서울에서 열린다. 외교부는 23일 “양측 수석 대표로는 한국 측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대표가, 미국 측은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측에서는 외교부·국방부·방위사업청 외에 기획재정부 관계자들도 처음으로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회의는 오는 12월 31일 만료되는 제10차 SMA 협상(한국 측 분담금 1조 389억원)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안보 청구서'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미국과, 이를 방어하려는 한국 간 유례 없는 숫자 싸움이 벌어질 예정이다. 미국 측은 이번 협상을 앞두고 5조원대, 미화로 50억 달러에 육박하는 분담금 규모를 예고했다.

특히 이번 협상은 한국 측의 대표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한다. 정부 소식통은 “한국 측의 새 협상대표는 인사 절차가 거의 막바지 단계"라며 "장 대표는 첫 회의만 참석하고 그 이후는 새 대표가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떠나는 인사가 분담금 협상을 하는 전례없는 상황이 등장한 셈이다. 이를 놓고 미국의 재촉이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한국을 ‘첫번째 타자’로 삼은 뒤 이어 일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측이 새 대표를 임명하지 않고 이른바 '개문발차'를 한 건 협상을 서두르지 않으려는 일종의 협상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다른 얘기도 있다. 한국 측 새 대표로는 기재부 차관보 출신의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거론된다. 재정 전문가를 투입해 미국 측 요구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기재부 출신 협상 대표를 처음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막판에 변수가 등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정부는 새 협상 대표에 앞서 SMA 부대표와 한미방위비분담협상 태스크포스(TF) 팀장 등 실무진 구성을 먼저 했다. 차석인 부대표는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을 지낸 이성호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차석대사가 맡았다. 이 부대표는 외교통상부 시절 FTA정책국 심의관을 지냈고, 2014년 한-뉴질랜드FTA 협상 수석대표를 지내는 등 통상 전문가로 꼽힌다. 심의관급인 TF 팀장은 북미1과장을 지낸 홍지표 전 주일대사관 참사관이 맡는다.  


미국 측 대표인 드하트 대표는 직전까지 주아프가니스탄 부대사를 맡았고 국무부에서 아프간ㆍ파키스탄 특별대표(SRAP) 담당 국장과 국제마약ㆍ법집행국(INL) 부차관보 대행 등을 지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근무하는 등 국제 안보 관련 업무에 전문성이 있다고 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올해 3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대접견실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식에서 서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올해 3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대접견실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식에서 서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협상은 미국의 50억 달러 규모의 분담금에 대응해 한국은 미군기지 오염 정화 비용 등을 꺼내며 숫자 싸움이 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요구대로라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기본 개념 자체를 사실상 다시 합의해야 할 정도인데, 우리라고 새로운 항목을 넣지 못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지금은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기지 부지 임대 비용도 방위비 개념에 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