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과 앱티브가 조인트벤처를 설립키로 하면서 자동차 업계에선 "이제서야 현대차그룹이 제대로 된 미래차 연합에 속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수소위원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그룹]](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9/23/6aa18113-9f47-4c07-9e7e-b653f57b4198.jpg)
현대자동차그룹과 앱티브가 조인트벤처를 설립키로 하면서 자동차 업계에선 "이제서야 현대차그룹이 제대로 된 미래차 연합에 속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수소위원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모빌리티 전문기업 앱티브와 합작법인(조인트 벤처)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했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미래 차 개발을 위한 글로벌 완성차·정보기술(IT) 기업 간 합종연횡에서 변방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단숨에 미래 차 연합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총 40억 달러(약 4조7800억원)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을 50%씩 소유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현금 16억 달러(약 1조9100억원)와 엔지니어링 서비스·지적재산권 등 4억 달러(약 4800억원)를 투자한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명의 개발 인력 등 20억 달러(약 2조3900억원) 규모를 출자한다. 이사회는 동수로 구성해 공동경영 체제로 운영한다.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역량과 앱티브의 자율주행기술이 더해지면 자율주행 플랫폼 분야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9/23/ac2fd29b-ae45-4f1e-8805-242862f11c28.jpg)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역량과 앱티브의 자율주행기술이 더해지면 자율주행 플랫폼 분야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앱티브는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인 델파이가 만든 모빌리티 전문기업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미래차 분야 연구·개발(R&D) 비용을 아끼기 위해 거미줄처럼 얽힌 연합전선을 구축해 왔다. 앱티브는 미국 2위의 차량호출기업인 리프트와 연합하고 있으며, 앱티브의 모기업인 델파이는 세계 최대 미래차 연합 중 하나인 인텔·BMW그룹 등과 동맹 관계다.
이번 합작으로 현대차그룹은 직접적으론 앱티브·리프트와, 간접적으론 인텔·BMW그룹·볼보 등과 자율주행 분야 연합전선을 구축하게 된다. BMW그룹은 독일 고급차 3사(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와 자율주행 분야 협력을 진행 중이다. BMW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IT기업 바이두, 차량호출기업 디디추싱 등과 협력 관계에 있다.
지금까지 자율주행(오로라)·차량호출(그랩·올라)·커넥티드카(바이두) 등 미래 차 분야에서 소규모 협력·투자만 해 왔던 현대차그룹은 단숨에 미래 차 경쟁의 중심부로 뛰어들게 됐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분야 완성차·IT 기업의 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내비건트 리서치’에서 구글(웨이모)·GM(크루즈)·포드(아르고) 등과 함께 ‘빅4’에 올라있는 기업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율주행기업 최초로 미국 동·서 횡단에 성공했고, 라스베이거스·싱가포르 등에서 로보택시 시범운행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2018~2019년 2년 연속 15위에 그쳤다. 이번 협업으로 현대차그룹이 미래 차 최대 격전지인 미국과 유럽에서 모두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의미도 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앱티브는 자율주행 분야 기술은 물론 양산 경험도 풍부한 기업”이라며 “늦은 감은 있지만 치열한 미래 차 합종연횡 판에 현대차그룹도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합작법인에 내연기관차와 순수전기차·수소전기차 등을 공급하고, 기존 앱티브의 로보택시 시범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설립하며 승인 등을 거쳐 내년 공식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글로벌 합종연횡 가속.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바꿀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한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두 회사의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케빈 클락 앱티브 최고경영자(CEO)도 “최첨단 기술력과 R&D 역량을 갖춘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플랫폼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최적의 파트너”라고 답했다.
◇치열한 ‘합종연횡’ 한가운데로=세계 미래 차 경쟁은 거미줄처럼 얽힌 완성차·IT 업계 간 합종연횡이 가속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플랫폼 ‘웨이모’를 개발한 구글은 피아트크라이슬러(FCA)·재규어랜드로버 등과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크루즈’ 플랫폼을 앞세운 제너럴모터스(GM)는 차량호출기업 리프트, 일본 혼다 등과 협력 중이다.
![지난 3월 미야카와 준이치 모네 테크놀로지 CEO가 자율주행기술 개발 계획을 밝히고 있다. 모네 테크놀로지는 소프트뱅크와 토요타가 설립한 모빌리티 전문 조인트 벤처다. [로이터=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9/23/0c1cbe1b-c52e-4bda-b7eb-036cc57010d6.jpg)
지난 3월 미야카와 준이치 모네 테크놀로지 CEO가 자율주행기술 개발 계획을 밝히고 있다. 모네 테크놀로지는 소프트뱅크와 토요타가 설립한 모빌리티 전문 조인트 벤처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는 현대차그룹이 세계 미래 차 ‘합종연횡’에 가세한 건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앱티브는 100년간 GM 자회사였던 델파이가 만든 회사여서 자동차를 제일 잘 안다”며 “현대차가 미래 차 변혁 초반에 잘하지 못했던 기술적 축적을 가진 회사란 점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제휴를 넘어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주요 글로벌 기업의 연합과 비교해 볼 때 늦은 점이 아쉽고, 이제 글로벌 합종연횡 경쟁에 진입한 것이어서 아직 갈 길은 멀다”고 조언했다.
이동현·김효성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