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37)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의 ‘유시민의 알릴레오’ 인터뷰와 관련해 KBS 기자들의 반발이 나왔다. 김 PB는 정경심(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 역할을 해 온 인물이다.
반발의 핵심은 “KBS가 지난달 김 PB와 인터뷰하고서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고,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유출했다”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주장에 대한 것이다. 유 이사장은 “내가 (KBS) 사장이었으면 (KBS 법조팀 기자들은) 모두 보직해임됐을 것”이란 말도 했다.
이에 성재호 KBS 보도국 사회부장은 10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자산관리인(PB)이 장관 부인의 법 위반 정황을 처음 밝혔는데 혹시 착오나 다른 의도에 의해 부풀려지거나 허위가 아닌지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반박했다.
성 부장은 또 “왜 하필 검찰에 그걸 확인하냐고 (우리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말한다. (하지만 검찰 취재는) 취재원이 수사 과정에서도 일관성 있게 같은 진술을 하는지 확인해 보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성 부장은 글 마지막에 “이젠 짐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며 보직 사퇴 의사도 내비쳤다.
알릴레오 방송 하루 뒤인 9일 KBS는 “외부 인사를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취재 보도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조 장관 관련 취재는 특별취재팀에서 담당하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같은 대응에 검찰을 출입하는 A기자는 사내 게시판에서 “유 이사장의 (인터뷰 내용 검찰 유출)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을 담고 있다”며 “회사는 왜 민·형사상 조치를 망설이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A기자는 또 “유 이사장은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단 의혹을 받는 사람”이라며 “이 사건의 플레이어로 의심받는 사람의 일방적 주장을 회사가 수용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B기자도 “대통령, 청와대, 유시민씨, KBS가 거짓말했다고 주장하는 일부 시민들, 아니면 당장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장과 간부 그 누구를 위한 조치인지 도통 모르겠다”며 “적어도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을 고려한 조치라고는 결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섭대표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오후 입장을 내고 “내부 기구가 있는데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 구성을 발표한 것에 심히 유감”이라며 “취재기자들의 업무 배제를 위해 특별취재팀을 구성한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KBS공영노조도 성명을 내고 조사위원회 구성과 특별취재팀 편성은 “명백한 취재, 제작 자율성 침해”라며 “(양승동 KBS 사장은) 유시민을 믿을 것인지 공영방송 KBS(취재)를 믿을 것인지 빨리 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KBS 사측은 이날 오후 ‘사장과 보도본부 지휘부 결정’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전날 발표한 외부 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보도본부 자체 점검을 실시하겠다. 특별취재팀 구성과 관련해 운영 일체도 보도본부 결정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 기자
-
신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