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사시 한국군 파병? 美, 한미동맹 대응 범위 확대 요구

아프리카 아덴만 해적 퇴치 작전에 참가하는 청해부대 30진이 지난 8월 부산항을 출발했다. 이 부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한국의 안보 참여를 넓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앙포토]

아프리카 아덴만 해적 퇴치 작전에 참가하는 청해부대 30진이 지난 8월 부산항을 출발했다. 이 부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한국의 안보 참여를 넓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ㆍ미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 발생하는 위기 사태에 대한 양측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현재 연합위기관리의 범위가 ‘한반도 유사시’로 제한돼 있으나 미국이 이를 넓히자는 의견을 제시하면서다. 미국이 한·미 동맹을 한반도로 한정하지 않는 동맹으로 변환하려는 저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한ㆍ미 동맹위기관리 각서’의 내용을 개정하는 협의에서 ‘미국의 유사시’까지 동맹의 대응 범위를 넓히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각서는 위기 사태에서 한ㆍ미가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떻게 대응할지를 규정한 문서다. ‘대외비’에 속한다.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뿐 아니라 ‘미국의 유사시’라는 문구를 추가하면서 미국이 안보 위협으로 평가하는 영역까지 위기관리 범위를 넓히자는 입장이다. 만일 미국의 제안에 따라 각서가 고쳐진다면 한국과 직접 연관이 없는 해외 분쟁이나 분쟁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 미국이 위협을 받는다고 판단하면 한국이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 열리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태평양 너머 지역으로까지 미국에 협력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현재 한ㆍ미 상호방위조약은 한ㆍ미 양국의 무력 억지 범위를 ‘태평양 지역에서의 모든 위협’으로 못 박았다. 각서 개정이 자칫 조약에 위배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 한국 측은 협의 과정에서 조약문을 근거로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제안이라 한국으로선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미국이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내세워 압박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의견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가는 대신 미국과의 안보협력에 더 적극적 기여하라는 의미라는 해석도 있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태평양을 벗어난 지역에서 한국의 참여를 바라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라는 시그널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최소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미국을 도우라는 뜻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전작권 전환 대비 이후 전략적 유용성을 구체화하려는 행보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을 한반도 붙박이가 아니라 미국의 이익과 관련한 분쟁에 투입하는 것을 한국이 이해하라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협의를 막 시작한 단계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전작권 전환 후 미국이 위기라고 판단하는 해외 분쟁지역에 우리 군을 보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