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권 자유화의 기수로 평가받는 레흐 바웬사(76) 전 폴란드 대통령이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가진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과 인터뷰(10일자)에서 폴란드 등 옛 동구권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극단적인 포퓰리즘을 경계하면서 내놓은 말이다.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2월 9일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19 평창평화포럼' 개회식에서 특별연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10/822eea9b-2438-4648-a757-047922440ce4.jpg)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2월 9일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19 평창평화포럼' 개회식에서 특별연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웬사는 ‘준비하지 않았던’ 갑작스러운 동구권의 몰락에 대해서도 회상했다. 그는 “최초 구상은 폴란드, 헝가리, 체코 3개국이 우선 서유럽식 정치체제를 갖추고 2~3년 뒤 발트 3국으로 (확장하는 점진적인 민주화였다)”면서 “그게 확실히 기능하면 다른 새로운 국가를 더해가고, 마지막으로 동·서독을 통합시킨다는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 1989년 우리가 자유선거에서 승리하자 모든 사회주의 국가가 일제히 자유를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아무런 준비가 없었고, 서유럽 국가들도 어떤 플랜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대부분 동구권 국가들이 사회발전 과정에서 극심한 내부적 갈등과 혼란을 겪었다는 것이 바웬사의 지적이다. 또 그는 현재 극우주의를 기치로 내건 포퓰리스트들이 특히 동유럽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 역시 일종의 후유증으로 바라봤다.
‘포퓰리즘을 멈출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그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우리가 처음 소련과 대립하기 시작했을 무렵,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아무도 믿지 않았다. 당시 세계의 정치 리더들에게 ‘우리가 이길 기회는 있는가’라고 물었지만 모두가 ‘없다’고 답했다. 핵무기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시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퓰리즘이 세계를 붕괴시키는 등 이미 그들에게 졌다는 말들이 있지만, 정면 대결할 필요가 있다”며 “포퓰리스트는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 그들의 방식은 결코 미래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바웬사는 대표적인 포퓰리스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해선 “사회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다른 포퓰리스트들이 제기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치료방법이 다르다. 포퓰리스트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그들보다 좋은 해결방법을 사람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우리에겐 있다”고 주장했다.
![폴란드 자유노조 지도자였던 레흐 바웬가 198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지지자들로부터 꽃세례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10/cf28ac26-9fc8-4b4a-b5b8-3605c5834749.jpg)
폴란드 자유노조 지도자였던 레흐 바웬가 198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지지자들로부터 꽃세례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중앙포토]
집권 시절엔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핵심으로 한 경제개혁에 나섰지만 실업난 등으로 인해 오히려 국민의 저항에 부딪혔다. 결국 95년 대선에선 공산당 출신의 후보에게 패했다. 이후 2000년 대선에 나섰지만 재집권에 실패해 정계에서 은퇴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