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의 미래
이원재 지음
어크로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마라.” 초기 기독교의 사도 바울이 전한 가르침이다. 맹자는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이라고 했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바울이 노동이 없는 밥(소득)은 죄악이라고 비판했다면 맹자는 밥이 없는 노동은 체제를 위협한다고 한다.
노동과 소득의 관계는 시대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21세기 초반은 불평등의 시대. 평등을 부르짖었지만 모순투성이였던 소련 등 옛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한 이후 무한경쟁은 세계적인 대세가 됐다. 신문기자 출신이기도 한 저자는 시대적 불평등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한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에서 임직원 보수는 빠르게 올랐다. 그러나 민간 소비 부진 속에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처지는 상대적으로 악화됐다…결과적으로 상위 10% 집단에게 소득이 극단적으로 편중되는 시대가 본격화했다.”
해결책은 뭘까. 저자의 제안은 과감하면서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다. 세금을 왕창 걷어서 모든 국민에게 먹고살 돈을 골고루 나눠주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 돈을 ‘기본소득’이라고 부른다. 이런 실험이 성공하면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것 같다.
관건은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이냐다. 만일 5000만 국민에게 1인당 월 30만원씩 나눠주려면 연간 18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저자의 구상대로 2028년 월 65만원으로 늘리면 연간 예산은 400조원을 넘어선다. 국가 예산(내년 513조원)의 대부분을 기본소득에 쏟아부어도 될 둥 말 둥 하다. 결국 세금을 대폭 올리는 수밖에 없는데 실현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럽긴 하다.
주정완 논설위원·콘텐트제작에디터 jw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