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베스트] 기본소득 구상, 취지는 좋지만

중앙SUNDAY와 교보문고가 최근 출간된 신간 중 여섯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SUNDAY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소득의 미래

소득의 미래

소득의 미래
이원재 지음
어크로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마라.” 초기 기독교의 사도 바울이 전한 가르침이다. 맹자는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이라고 했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바울이 노동이 없는 밥(소득)은 죄악이라고 비판했다면 맹자는 밥이 없는 노동은 체제를 위협한다고 한다.

노동과 소득의 관계는 시대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21세기 초반은 불평등의 시대. 평등을 부르짖었지만 모순투성이였던 소련 등 옛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한 이후 무한경쟁은 세계적인 대세가 됐다. 신문기자 출신이기도 한 저자는 시대적 불평등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한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에서 임직원 보수는 빠르게 올랐다. 그러나 민간 소비 부진 속에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처지는 상대적으로 악화됐다…결과적으로 상위 10% 집단에게 소득이 극단적으로 편중되는 시대가 본격화했다.”

해결책은 뭘까. 저자의 제안은 과감하면서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다. 세금을 왕창 걷어서 모든 국민에게 먹고살 돈을 골고루 나눠주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 돈을 ‘기본소득’이라고 부른다. 이런 실험이 성공하면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것 같다.


관건은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이냐다. 만일 5000만 국민에게 1인당 월 30만원씩 나눠주려면 연간 18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저자의 구상대로 2028년 월 65만원으로 늘리면 연간 예산은 400조원을 넘어선다. 국가 예산(내년 513조원)의 대부분을 기본소득에 쏟아부어도 될 둥 말 둥 하다. 결국 세금을 대폭 올리는 수밖에 없는데 실현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럽긴 하다.

주정완 논설위원·콘텐트제작에디터 jw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