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지원에 인구수 줄자···"먹튀라뇨" 억울한 출산율 1등

전남 해남군 해남읍 공공산후조리원에 입원한 산모가 자신의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해남군 해남읍 공공산후조리원에 입원한 산모가 자신의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라남도 ‘땅끝마을’ 해남은 독보적인 출산율 1위 지역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229개 시·군·구에서 1위를 지켜왔다. 지난해 해남의 합계출산율은 1.89명, 전국 평균 0.98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수년 간 해남은 인구수, 특히 0~6세 아동 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출산장려금 먹튀'를 양산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해남서 아이를 낳아 출산장려금만 받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는 가정이 많은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해남의 출산지원은 남다르다. 2012년 해남은 전국 시·군·구 중 최초로 출산장려금 제도를 도입했다. 2008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출산장려팀을 만들어 다양한 출산 지원 사업을 모색한 결과다. 해남 신생아양육비 지원 사업은 첫째 아이 300만원, 둘째 35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 이상 720만원을 준다. 또 난임 부부라면 소득 상관없이 난임 치료비를 지원했고, 전남 최초로 공공산후조리원을 열었다. 셋째 이상 건강보험료 및 기저귀값 지원, 임신부 무료 초음파 검진 등 군비‧도비 예산으로 만든 사업도 30여 가지다. 해남은 출산 정책의 선두주자로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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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뚜렷했다. 2011년 1.524명이던 출산율이 2012년 2.47명으로 올랐다. 이후 2017년까지 꾸준히 2명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1.886명이 됐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남에선 총 5273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같은 기간 전라남도 22개 시‧군‧구 평균은 4538명이다.  

해남군 6세 이하 인구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해남군 6세 이하 인구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동시에 해남의 인구수는 매년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라남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2년 7만9032명, 2013년엔 7만8643명, 2014년엔 7만6981명으로 매년 1000명 넘게 줄어, 2018년 7만3280명을 기록했다. 0~6세 아동수 역시 줄었다. 2012년에 0세였던 810명의 아동은 2013년 761명, 2014년 651명으로 줄다가 초등학교 입학 직전인 만 6세가 된 2018년엔 469명이 됐다(표1 참고). 출산장려금 먹튀 논란이 일어난 결정적인 지점이다.

“고령인구 30% 해남에서 인구 증가는 사실상 불가능"

이에 안형주 해남군 출산장려팀장은 “‘먹튀’라는 말이 되려면 분할 지급되는 신생아육아지원금이 종료되는 18~24개월 사이에 아동 수가 크게 줄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지원금도 타 시‧군‧구에 비해 많은 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0~6세 아동수의 감소폭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해마다 0~12개월 6%, 12~24개월 14%, 24~36개월 11%, 36~48개월 6%로 감소세가 나타났다. 또 해남 지원금을 출생순위별로 합친 값은 2540만원으로 전남 평균인 3281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어 안 팀장은 “해남은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30%를 차지해 사실상 인구가 느는 건 불가능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어 “아동 인구 유출은 돌봄과 교육 문제인 게 맞지만 단순히 인구수가 줄었다고 ‘먹튀’ 라는 말은 사업 담당자뿐 아니라 출산 가정에게도 상처가 되는 말”이라고 전했다.  

해남의 다음 과제는 육아 친화 도시다. 낳는 것 뿐 아니라 편히 기를 수 있도록 육아 여건을 최대한 마련하는 게 목표다. 해남이 내세운 건 교육과 일자리다. 이를 위해 올초 인구정책과에 일자리 창출팀을 배치해 젊은 부모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다. 또 내년 1월엔 장난감 도서관을 개설할 예정이다. 정부의 2020년 생활 SOC 복합문화사업 공모에 선정돼 예산 32억을 확보한 ‘땅끝가족어울림센터’도 추진한다. 해남군 관계자는 “사각지대 없는 돌봄 서비스를 위한 공간이 될 것”이라며 “3년 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