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에 주는 국고보조금이 정당 배를 불리는 데 악용되고 있다며 한 전직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정당 국고보조금이 과연 본래 취지에 따라 제대로 쓰여지고 있느냐에 대한 지적은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았다. 다만 재선 출신의 전직 의원이 그런 현실을 직접 고발하고 나서자 “오죽했으면…”이란 반응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문병호 최고위원. [뉴시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3/ffd3aa93-c9c8-4581-be53-23cac54bec02.jpg)
바른미래당 문병호 최고위원. [뉴시스]
현행 국고보조금 제도가 정당의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게 문 전 최고위원의 주장이다. 현행 정치자금법 제28조는 인건비, 사무운영비, 정책개발비, 조직활동비 등 항목에 대해 국가가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도록 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이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보조금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전 최고위원은 “본래 국고보조금 제도는 정당이 부정한 정치자금에 오염되지 말고, 깨끗한 정치를 하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제도는 취지가 크게 퇴색됐다. 정당들이 국민 세금에 빨대를 꽂고 가늘고 길게 연명할 수 있는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완전히 변질됐다”고 말했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헌법상 보장된 정당 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위해 국가에서 매년 분기별로 주요 정당에 대해 정당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하는 제도다. 앞서 지난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주요 정당들에 올해 4분기 국고보조금 108억5138만원을 지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이 35억9300만원, 자유한국당이 35억3000만원, 바른미래당이 25억2700만원, 정의당이 6억9600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받았다.
문 전 최고위원은 “연간 민주당과 한국당이 약140억 원, 바른미래당이 약100억 원을 지급받는다. 이들의 예산 규모를 보면 정당의 국고보조금이 더 이상 ‘보조금’이 아니고, 배보다 배꼽이 크다”며 “국고보조금이 정당의 주된 수입원이 됐다. 정당이 정부 산하기관이나 관변단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충실히 수행하겠느냐. 정당을 세금 파수꾼이 아닌 세금 도둑질 공범들로 만드는 것”이라며 “국고보조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비용항목 및 충당 정도에 관해 적절한 한계가 설정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당 국고보조금은 현재 분기별로 원내 20석 이상의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의 50%를 먼저 균등 배분하고,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에 총액의 5%를 나눠서 지급한다. 이때문에 원내 28석인 바른미래당이 의석 수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민주평화당에서 의원 10명이 집단탈당을 선언하면서 “15일 전에 탈당할 경우, 평화당의 국고보조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탈당은 16일에 하기로 했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