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58)
귀농·귀촌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열정을 보이는 건 중장년층으로 보인다. 실제로 강의를 나가보면 중장년층이 80%, 20%가 청년층일 정도이다. 아마도 은퇴 이후 어떻게 살까 고민하고 인생 설계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은퇴 이후에 새로운 인생을 설계한다면 역시 주거 환경부터 바꾸는게 좋다. 전원생활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기 때문에 농촌이나 산촌으로 가려고 한다. [사진 pixabay]](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3/c75904e4-fb64-4c54-923b-242a0f7f8e5f.jpg)
은퇴 이후에 새로운 인생을 설계한다면 역시 주거 환경부터 바꾸는게 좋다. 전원생활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기 때문에 농촌이나 산촌으로 가려고 한다. [사진 pixabay]
은퇴 후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직장이나 공직에서 오랫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은퇴 이후에는 현재의 환경을 바꿔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욕구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 첫째고, 나이 들어 고향으로 돌아가 살겠다는 의지가 본능과 같이 나타난 것이 둘째다. 그리고 도시 생활이 이제는 재미없고 각박해져 떠나려는 욕구도 있다. 경제적으로 성공을 해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중장년층 나이가 50~60대로, 건강하고 팔팔해서 그럴 것이다. 나의 전 직장인 S그룹만 해도 명퇴자 평균 나이가 47세다. 매우 젊다. 그 나이에 명예 퇴직금 받고 뭐 할까 고민하다 보면 시골이나 고향으로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귀농·귀촌인들은 대개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아예 아무런 연고가 없는 시골을 택하기도 한다. 은퇴 이후에 새로운 인생을 설계한다면 역시 주거 환경부터 바꾸는 게 좋다. 전원생활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기 때문에 농촌이나 산촌으로 가려고 한다.
강원도의 경우 횡성군의 귀농·귀촌 인구가 올 상반기 630명을 기록하고 연말까지 1000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비결은 은퇴자들에게 귀농·귀촌을 많이 권유했기 때문으로 지금 인구가 4만6000명까지 늘었단다. 전라북도의 경우에도 ‘제2의 고향’이라는 타이틀로 은퇴자의 귀농·귀촌을 유도하고 있다. 강원도 태백시는 공무원연금공단과 손잡고 시범사업인 은퇴자 마을을 조성 중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경제력도 있고 전원생활의 욕구가 강한 은퇴자에게 지자체가 좋은 주거환경을 제공하면 그만큼 귀농·귀촌인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 후 귀촌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월 소득이 있으면 좋다. 월 몇백만원 소득은 어렵지만 70만~100만원 정도의 소득이 있다면 충분히 여유 있게 지낼 수 있다는 게 귀촌인들의 이야기다. [사진 pixabay]](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3/93a3f04a-b883-476d-8451-65589e5c9e04.jpg)
은퇴 후 귀촌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월 소득이 있으면 좋다. 월 몇백만원 소득은 어렵지만 70만~100만원 정도의 소득이 있다면 충분히 여유 있게 지낼 수 있다는 게 귀촌인들의 이야기다. [사진 pixabay]
지역에서는 은퇴자의 귀농·귀촌을 환영한다. 지자체마다 전원생활을 위한 혜택이 마련되어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은퇴자는 혜택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기 전에 지자체가 젊은 층이 아닌 하필 나이 든 사람들을 유치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요즈음 중장년층인 50대와 60대 상당수는 여전히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토지 구매나 집을 짓는데 부담이 적다. 특히 공무원이나 군인 등의 퇴직자는 연금을 수백만 원을 받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지자체는 이 부분을 주목한다. 전원생활에 필요한 토지나 주택을 개인별로 맞춰 적당한 물건을 찾아 주기도 하고, 은퇴자들이 모여서 살도록 단지를 조성해 주기도 한다. 거기에 의료시설이나 상업시설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를 제공해 준다. 기본적인 귀농·귀촌 혜택은 모든 은퇴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단 귀농창업자금은 65세 이하만 적용이 된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은퇴 후 귀촌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월 소득이 있으면 좋다. 월 몇백만원 소득은 어렵지만 월 70만~100만원 정도의 소득이 있다면 충분히 여유 있게 지낼 수 있다는 게 귀촌인들의 이야기다. 또는 거창하고 크게 농사를 짓거나 농산물 유통 사업을 할 수 있겠지만, 은퇴자 재취업이라는 개념으로 지역에서 작은 일자리를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시보다 일자리 숫자는 적지만 농촌이 고령화되어서 50대, 60대면 농촌에서는 청년이라서 할 일이 있다. 귀촌자가 이장이 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게 그런 이유다.
은퇴자를 지역에서 유치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출생률이 낮아 인구 감소를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은 매우 현실적인 조치다. 시골에선 애를 낳으려고 해도 산부인과가 없으니 10달 동안 조마조마하게 지낸다. 중장년층은 귀농 지역을 선택할 때 병원이나 소방서가 얼마나 가까이 있나 따져봐야 한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른 대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편의도 고려해야 한다. 또 군청이나 면사무소, 농업기술센터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봐야 한다. 의외로 지방에서 살면 교육이니 회의니 해서 관공서에 갈 일이 매우 많다.
![귀촌한 은퇴자는 주민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쉬운 해결책은 마을 주민들과 수다 떨면서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고민하고 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pixabay]](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3/f35d0cad-758d-4eb4-9253-5b6a5a74432d.jpg)
귀촌한 은퇴자는 주민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쉬운 해결책은 마을 주민들과 수다 떨면서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고민하고 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pixabay]
자녀들과의 거리도 고려 대상이다. 여기서 거리는 물리적인 거리를 말한다. 나이가 들면 자녀를 다 키워놨으니 이제 우리끼리 살자는 로망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자녀들을 시집·장가보내고 귀농·귀촌하려는 사람이 많다. 그것도 애들이 안 보이는 곳으로 멀리 간다. 실제로 손주 봐주기가 힘들어 멀리 왔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자녀와의 관계엔 증여와 상속 문제도 있다. 농지나 농가주택은 상속이나 증여할 때 세금 혜택이 있다. 자녀와의 적당한 거리는 얼마쯤일까. 아무리 멀리 갔어도 김장을 하면 자식들에게 김치를 나누어 줄 거 아닌가. 본인이 움직이고 번거로울 수 있으니 자녀들의 왕래가 가능한 적당히 먼 거리가 필요하다.
귀촌한 은퇴자는 주민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도시에서는 옆집과 몇 년간 한마디도 안 하고 살았는데, 시골에 가니까 이웃과 온종일 부딪치며 살아야 하니까 힘들단다. 특히 남자가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도시에서 직장생활 하면서 소통과 공감 능력이 떨어졌으니 힘들 수밖에 없다. 쉬운 해결책은 역시 마을 주민들과 수다 떨면서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고민하고 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수다도 연습이 필요하다.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