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왕 연상"···北방사포 쏘자 돌아온 '엄중경고 장군' 전동진

그가 다시 돌아왔다.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육군 소장) 얘기다.

28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전동진 합참 작전부장이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을 읽고 있다.  [사진 국방부]

28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전동진 합참 작전부장이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을 읽고 있다. [사진 국방부]

 
전 장군은 지난 28일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 2발을 연속으로 발사하자 “우리 군은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핵ㆍ미사일 등 북한의 도발이 잦았던 2017년 이후 2년 만에 가장 센 합참 발표였다. 군 관계자는 “북한에게 ‘더 이상 도발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전 장군이 국방부 브리핑룸에 모습을 보이자 묘한 기시감이 든다고들 군 내부에서 수군거렸다. 그는 합참 작전1처장(육군 준장)으로 있었던 2017년 북한 도발을 규탄하는 합참 성명을 읽으면서 제법 알려진 인물. 이 때문에 ‘엄중경고 장군’이란 별명을 가졌다.

 

2017년 2월 12일 전동진 당시 합참 작전1처장이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7년 2월 12일 전동진 당시 합참 작전1처장이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7년 2월 12일 북한이 북극성-2형 미사일을 쏘자 전 장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정면 위반으로,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 행위”라며 “무모한 도발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고 말했다.


 
그해 3월 7일 스커드-ER 미사일 4발을 동시에 쏜 북한에 대해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도발을 계속 감행한다면 북한 정권은 스스로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바”라고 말했다. 같은 해 5월 14일 북한이 미상의 미사일을 발사하자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도발을 계속한다면, 우리 군과 한ㆍ미 동맹의 강력한 응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2017년 6월 21일 북한 무인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상균 당시 국방부 대변인이 조사 결과를 간략히 설명한 뒤 전동진 장군이 단상에 올라섰다. ‘북한 무인기 관련 대북 경고 성명’은 전 장군의 몫이었다. 

 
전 장군은 마이크 높이를 고치고 혀로 입술을 살짝 적시더니 “북한의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고 군사 기지를 촬영한 행위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북한이 대남 도발을 계속한다면 우리 군은 강력히 응징할 것이며, 향후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하는바”라고 말했다. 전 장군은 당시 원고를 외운 채 정면 카메라만 바라봤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3년 3월 6일 북한이 정정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하자 김용현 당시 합참 작전부장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도발 원점과 도발 지원세력은 물론, 그 지휘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3년 3월 6일 북한이 정정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하자 김용현 당시 합참 작전부장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도발 원점과 도발 지원세력은 물론, 그 지휘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앙포토]

 
전 장군이 김용현 전 작전본부장, 구홍모 전 육군참모차장의 뒤를 이어 2017년 ‘규탄 성명 전담자’로 활약한 이유에 대해 군 소식통은 “원래 다른 사람이 맡아야 하는데 인상이 순하다는 이유로 전 장군이 발탁됐다”며 “전 장군은 맹장(猛將)의 얼굴에 목소리가 카랑카랑해 적격”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 무인기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는바”라는 대목에선 사찰의 사천왕상(四天王像)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규탄 성명 전담자' 계보에선 눈을 크게 뜨고, 턱은 당기고, 정면만 바라봐야 한다는 '족보'가 내려온다”고 귀띔했다.

그러던 전 장군은 그해 12월 소장으로 진급한 뒤 지난해 1월 육군 제15 보병사단장으로 나갔다. 남북 화해 국면이 만들어진 시점을 즈음해서다. 그러다 28일 그가 다시 돌아왔다. 군 내부에선 “전 장군과 함께 2017년 긴장 국면이 다시 돌아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떠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