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北 엔진 시험 깊은 우려”…한·미, 동창리에 움직였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왼쪽)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10일 호주 무어파크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방문해 6?25전쟁 당시 호주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정경두 국방부장관(왼쪽)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10일 호주 무어파크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방문해 6?25전쟁 당시 호주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북한이 지난 7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한 뒤 한국과 미국의 발걸음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임박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막는 외교적 해법을 찾느라 분주해 하는 모양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0일 “북한의 지속되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북한 서해 동창리 지역에서 엔진 시험 활동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4차 한-호주 외교ㆍ국방장관(2+2) 회의 공동기자 회견 모두 발언에서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 7일 북한의 중대 시험을 ‘엔진 시험’이라고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도발 의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일종의 '경고'로 풀이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한·호주) 양측은 평화 프로세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 최근 북한의 행동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확대 가능성을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 보도했다. 당초 안보리 유럽 이사국들은 세계 인권선언의 날인 10일 북한 인권토의 개최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의 주도로 안보리 회의의 날짜를 하루 늦추고, 주제도 북한 관련으로 바꾼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은 현재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지만, 이해 당사국으로 11일 안보리 회의에 조현 유엔주재 대사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이해 당사국으로 참석할 수 있지만, 장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올해 북한의 13차례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미국이 관망 기조에서 벗어나 적극적 대응으로 돌아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교육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교육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

 
이처럼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북한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가는 배경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상징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입장에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의 엔진 시험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어놓은 ‘레드라인’ 바로 앞까지 다가온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제1차 북ㆍ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을 약속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또 지난해 9월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한다고 밝혔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가동한 것부터 남북한 합의 사항을 어겼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다만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가장한 장거리 로켓이나 ICBM을 진짜로 쏘기 전까지는 한ㆍ미 모두 일단은 '최대의 인내(Maximum Patience)’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ICBM 발사 이전까지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외교적 기회를 찾으려 할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한국으로 보내 상황을 관리하는 동시에 ICBM 발사는 ‘레드라인’이라는 점을 북한에 꾸준히 상기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2017년처럼 ‘화염과 분노’의 상황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보리 회의 소집도 미국이 북한을 최대한 대화 트랙으로 되돌리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발언 수위가 ‘규탄’이 아니라 ‘깊은 우려’에 그쳤다는 점에서 한국 역시 북한과의 대화 여지를 최대한 남겨 두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철재ㆍ이근평ㆍ이유정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