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발행한 2020년 달력. 박용한
북한에서 발행한 내년 달력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생일로 알려진 1월 8일은 여전히 평일로 표기됐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펴낸 2020년(주체 109년) 달력을 보면 김 위원장 생일로 알려진 1월 8일(수요일)은 검은색 숫자로 인쇄됐다. 여기에 별도 표기나 설명도 발견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생일로 알려진 1월 8일은 2020년 북한 달력에서도 평일로 표기됐다. 박용한
과거 북한에선 최고지도자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기며 공휴일로 지정한 것과 대비된다. 김일성 주석(4월 15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2월 16일) 생일은 각각 태양절과 광명성절로 지정돼 다른 공휴일보다 더욱 강조하고 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제1비서(4월 11일)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된 날(4월 13일) 역시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다. 다만, 국문과 영문으로 상세한 설명을 달아놨다.

2020년 북한 달력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생일(2월 16일)을 공휴일로 표기했다. 박용한
북한은 2012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김 위원장이 집권했지만, 생일과 관련한 행사를 개최한 적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공식 매체에서 이와 관련된 언급조차 자제하고 있다. 2020년 달력에서도 생일을 평일로 표기하면서 내년에도 공개 기념식이나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아직 30대 중반이라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면 북한 주민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40대 후반은 넘어서야 공휴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권력이 공고해 지면서 달력에 나타난 변화는 일부 있다. 2018년 달력까지는 김 위원장을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로 호칭했지만, 올해부터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로 표기하며 격상된 위상을 강조했다. 이는 2020년 달력에서도 계속 이어진 부분이다.

북한 달력은 김일성 전 주석 생일(4월 15일)을 공휴일로 표기했을 뿐 아니라 일반 공휴일과 달리 더 부각했다. 박용한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공휴일이 바뀐 점도 눈에 띈다. 북한은 2018년부터 건군절로 기념해오던 4월 25일을 2월 8일로 변경했다.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절은 공휴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인 4월 25일은 평일로 표기됐다. 김정은 집권 이후 정규군 창설일인 2월 8일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고, 2018년 인민군 창건 70주년을 맞아 건군절 변경을 공식화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한 가운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2017년 8월 15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12/49d835d3-aa9b-4939-b31a-079a59fc64e6.jpg)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한 가운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2017년 8월 15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모든 기념일이 바뀐 건 아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1960년 선군혁명을 시작했다며 기념일로 지정한 선군절(8월 25일)은 여전히 공휴일로 표기돼 있다. 북한은 군과 관련한 기념일을 많이 지정했다. 휴전협정일인 7월 27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이라며 공휴일로 정했다.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략군을 기념한 날에도 이목이 쏠린다. 전략군절인 7월 3일은 휴일은 아니지만, 별도로 표기해 도드라지게 강조됐다. 2016년 6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을 조직한 1999년 7월 3일을 기념일을 지정했다. 전략군은 ICBM을 비롯한 미사일 발사 기지와 생산 공장을 관리한다. 북한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부대를 미사일지도국과 전략로켓군으로 호칭했지만 2014년부터 전략군으로 명칭을 바꿨다.
북한 달력에 표시된 2020년 휴일은 총 66일이다. 일요일을 비롯해 북한 체제 기념일과 민속 명절을 포함한다. 설 명절(1월 25일)ㆍ추석(10월 1일)ㆍ청명(4월 4일)은 휴일로 지정된 대표적인 민속 명절이다. 다만, 설과 추석에 명절 당일을 포함해 3일을 쉬는 한국과 달리 당일만 휴일로 지정된다. 휴일은 아니지만, 초복(7월 16일)ㆍ중복(7월 26일)ㆍ말복(8월 15일)은 별도로 표기했다. 참고로 내년 한국의 공휴일은 하루 더 많은 67일이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