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중 성전환 수술한 부사관, 전역 거부···발칵 뒤집어진 軍

요즘 군대가 군기가 빠진 것인가, 아니면 신세대 장병이 헌법상 권리를 찾으려는 것인가.

현역 부사관이 군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군이 조기 전역을 권하자, 이 부사관은 여군으로서 끝까지 복무하겠다며 시민단체에 도움을 청했다. 현역 장병이 성을 바꾼 뒤 다른 성의 군인으로 복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일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16일 육군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경기 북부지역에 주둔하는 탱크 부대에서 탱크 조종수로 복무 중인 A 하사는 지난해 6월 국군수도병원에서 ‘성별 불쾌감(gender dysporiaㆍ자신이 다른 성으로 잘못 태어났다고 느끼는 상태)’ 진단을 받았다. 이후 장기간 심리상담과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말 2주가량 휴가를 신청했다. 그리고 태국에서 여성으로의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A 하사 소속 탱크 부대는 그가 성전환 수술을 위해 태국으로 출국한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지휘계통을 통해 국방부로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부사관이 만기 전역을 하겠다면서 벌어졌다. 군의관은 수술 후 치료를 위해 군 병원을 찾은 A 하사에게 3급 심신장애 판정을 내렸다. '고환 양측을 제거한 자'를 3급 심신장애로 분류한 국방부 심신장애자전역규정에 따라서다. 육군은 3급 심신장애 판정을 받은 자는 어차피 전역 심사 대상이 된다며 A 하사에게 자진 조기 전역을 권고했다. 


 
그러나 A 하사는 최소한 남은 복무 기간인 2년을 여군으로 근무하면서 채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그는 2년 전 입대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인 군 인권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또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여성으로 고쳐달라며 법원에 신청한 상태다.

국방부는 그동안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 남성을 ‘성 주체성 장애’로 분류해 입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성 정체성을 숨기고 입대한 성 소수자들은 ‘관심 사병’으로 군의 관리 대상이 된다. 입대하기 전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정정한 사람은 아예 면제 처분의 대상이다.

군 내부는 발칵 뒤집어졌다. 특히 육군 부사관이 부대 공금 4억원을 횡령한 뒤 해외로 도피한 데 이어 이번 일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장교와 병사를 연결하는 부사관은 군대의 허리 역할을 맡는 계급이다. 익명의 군 관계자는 “예비역 선배는 물론 현역 사이에서 ‘군기가 빠질 때로 빠진 게 아닌가’라는 한탄이 나온다”고 전했다.

반면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에 따른 행동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군내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야 하며, 이를 위해  군 형법과 군 인사법 시행규칙을 폐지 또는 개정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이미 내놓았다. 캐나다ㆍ벨기에 등 20개 국가에서는 성 소수자의 군 복무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군 인권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군수도병원 정신과에서 A 하사에 대해 성별 불일치라는 진단을 내렸고, 그 때문에 수술이 진행됐다”며 “수술 후 회복만 이뤄지면 바로 정상 복무가 가능하고, 당사자 역시 어렸을 적부터 꿈꿔온 길을 계속 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전역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A 하사가 법적으로 여성으로 인정받은 뒤 군 복무를 계속하고 싶어한다"며 "단기복무 기간을 채운 뒤 장기복무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A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받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출국을 금지할 권한이 없어 허용했다"며 "관련 법령에 따라 후속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육군은 22일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부사관의 전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