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의 스텔스 무인 정찰기인 RQ-170 센티널 상상도. [사진 위키피디아]](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1/31/616df767-6f68-458d-b76e-70f9e9103db3.jpg)
미국 공군의 스텔스 무인 정찰기인 RQ-170 센티널 상상도. [사진 위키피디아]
미국의 군사전문 온라인 매체인 워존(War Zone)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공개법(FOIA)에 따라 미군으로부터 받은 비밀문서를 공개했다. 비밀문서에 따르면 미 공군의 RQ-170 편대가 당시 한국에 전개됐다. 중앙일보는 당시 2009년 12월 9일 1면 기사에서 이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RQ-170의 제원과 성능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다. 미국의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이 제작했고, 미 공군이 2007년 도입했다는 정도가 전부다. 대략 길이 4.5m, 날개폭 20m, 높이 1.8m이고, 최고 15㎞ 높이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예상한다.
미 네바다주 크리치 공군기지의 제44정찰비행대대 소속이지만, 실질적 운용은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맡고 있다는 추정도 있다. RQ-170은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의 영공을 은밀히 날아다니면서 영상 정보와 신호 정보를 확보하는 임무를 맡는다. 2007년 말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 국제공항에서 그 모습이 포착돼 ‘칸다하르의 야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워존은 앞서 2007년 6월 2일 당시 미 합참의장인 마이크 멀린 제독이 RQ-170을 한국에 보낼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해 북한의 도발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4월 5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인 은하 2호를 쐈다. 이 로켓 발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과정의 하나였다. 또 5월 25일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제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국으로선 북한이 감추려고 하는 핵ㆍ미사일 개발 정보가 절실했던 때였다.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 매체인 워존이 정보공개법을 통해 미국 공군으로부터 받은 비밀문서. 2009년 9월 2일 RQ-170 센티널이 군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복수형(Air Vehicles)을 사용한 것으로 봐 1대가 아니라 여러 대가 들어왔다. [사진 워존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1/31/63da4fa2-d663-42b9-84d6-32540c477a39.jpg)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 매체인 워존이 정보공개법을 통해 미국 공군으로부터 받은 비밀문서. 2009년 9월 2일 RQ-170 센티널이 군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복수형(Air Vehicles)을 사용한 것으로 봐 1대가 아니라 여러 대가 들어왔다. [사진 워존 캡처]
워존은 2009년 전개한 RQ-170이 언제 한국을 떠났는지 알 수 없다면서, 이후 여러 번 한국에 다시 전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워존이 확보한 2013년 미 공군 문서엔 “(태평양 지역에서) 앞서 언급한(aforementioned) 기체도 정보수집 임무를 맡았다”고 적혔다. 워존은 이 기체를 RQ-170으로 추정했다.
RQ-170이 2017년에도 한국을 다녀갔다는 정황은 있다. 미 폭스뉴스의 제니퍼 그리핀 기자는 2017년 7월 4일 북한이 ICBM급 화성-14형을 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북한이 화성-14형 발사 준비를 하는 것을 이미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 취재원이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하는 것을 봤다”고 썼다. 당시 발사 장소였던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에서 실시간으로 준비 과정을 미국에 중계하기 위해선 RQ-170과 같은 스텔스 무인정찰기와 같은 수단을 동원했을 것이란 게 워존의 설명이다.
![이란은 2011년 12월 4일 해킹을 통해 이란을 정찰 중인 RQ-170을 강제 착륙시켰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 관계자들이 전시 중인 RQ-170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1/31/2f31782b-08fa-4fac-bc8b-f25186cfeb4f.jpg)
이란은 2011년 12월 4일 해킹을 통해 이란을 정찰 중인 RQ-170을 강제 착륙시켰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 관계자들이 전시 중인 RQ-170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
일각에선 RQ-170이 최근 한국에 전개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근거는 지난해 12월 28일과 30일 크리치 공군기지를 출발한 C-17 글로브마스터 Ⅲ 수송기 4대가 알래스카주 엘먼도프 공군기지를 거쳐 군산 공군기지에 내렸다. 당시 일부 언론에선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참수작전에 동원하는 무인 공격기인 MQ-9 리퍼를 배치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은 “크리치 공군기지엔 MQ-9뿐만 아니라 RQ-170도 있다”며 “북한이 ‘크리스마스 도발’과 ‘새로운 길’을 언급했던 무렵에 벌어졌던 일이다. 미국은 공격용 MQ-9보다는 정찰용 RQ-170이 더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