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대근 중령(왼쪽)이 지난달 광주21세기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의약품이 담긴 수레를 끌고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염병도 국가 안보의 위협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새로운 주적으로 떠오른 신종 코로나에 맞서는 국군 장병이 있다. 병원에서, 공항에서, 군부대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국군 의료지원단 인력들이다.
송대근 중령은 지난달 6일부터 20일까지 모두 12명으로 이뤄진 군 의료진과 함께 광주 21세기 병원에 파견됐다. 그는 정형외과 전문의다. 송 중령은 “광주21세기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온 뒤 의료진이 코호트 격리돼 입원환자들을 돌볼 인력이 없었다”며 “그래서 자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병실을 회진하고, 병원을 소독하며, 재활치료를 도왔다. 휴일은 없었다.
송 중령은 “오랜 격리 생활 때문에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다”며 “나도 숙소와 병원만 왔다 갔다 하고, 다른 곳으로 외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 중령을 비롯한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 덕분인지 광주21세기 병원에서 추가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진 않았다. 다만 만일의 가능성을 대비하려는 광주시가 격리를 푸는 날짜를 당초보다 이틀 늦춰 애가 탔다고 한다.
현재 자가격리 중인 송 중령은 “군인이라면 응당 해야 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역시 군의관인 변 준수 대위는 현재 대구ㆍ경북 지역의 군부대에서 역학 조사를 맡고 있다. 확진자의 동선과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파악하고, 감염 의심자의 자가격리를 관리하는 게 그의 임무다. 그는 전공이 직업환경의학과이며, 4월 25일 전역 예정이다. 그런데도 신종 코로나 임무에 선뜻 지원했다.
변 대위는 과거 의료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감염이 걱정되지만, 의사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며 “다른 군의관들도 신종 코로나 임무를 맡고 싶어하지만, 부대 사정 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예지 대위는 간호장교다. 지난 1월 31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서 중국 우한(武漢)에서 온 교민들을 돌봤다. 교민들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 검사를 하는 동안 방호복을 입어야 했다. 박 대위는 “나중에 방호복을 벗어보니 손이 쭈글쭈글해졌다”고 말했다.
그가 임무를 마치고 3일까지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하나뿐인 남동생이 지난달 23일 결혼했다. 박 대위는 아쉽게도 동생 결혼식에 가지 못했다. 그는 “대신 축의금 봉투에 돈을 두둑이 넣었다”고 웃었다.
박 대위는 “신종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면 4일부터 원래 부대인 국군대전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를 본다”며 “병원에서 사람이 부족해 동료들이 고생하고 있다. 빨리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