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대한항공 운명 건 주총은 27일…조원태, 김석동 등 이사에 추천

한진칼·대한항공 이사회 개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左)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총괄부사장(右). 중앙포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左)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총괄부사장(右). 중앙포토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과 대표 계열사 대한항공이 4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에서 다룰 안건을 확정했다. 주총일은 두 회사 모두 27일로 확정했다. 신규 이사회 멤버로 금융·재무 전문가를 대거 추천했다.  

한진그룹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그룹·KCGI가 구성한 ‘3자 연합’의 주장에 방어하기 위해 ‘맞춤형 카드’를 꺼냈다. 일단 한진칼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참석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본인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주주총회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조 회장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였다.  

한진칼 지분대결 벌이는 한진가 남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진칼 지분대결 벌이는 한진가 남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는 3자 연합의 요구안과 대치되는 부분이다. 3자 연합은 지난달 20일 조원태 회장에게 한진칼 대표이사직은 물론이고 “모든 경영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라”고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조원태, 본인 재선임 안건 주총에 상정 

 대한항공 미디어브리핑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 미디어브리핑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진칼 이사회는 조원태 회장 이외에도 신임 사내이사 후보 추천 안건을 의결했다. 조원태 회장, 석태수 한진칼 사장과 더불어, 하은용 한진칼·대한항공 부사장까지 3인으로 사내이사진을 구성하겠다는 생각이다. 1988년부터 대한항공에서 근무한 하은용 부사장은 항공 재무 전문가다. 대한항공에서 자금전략·재무전략과 재무개선프로젝트를 담당했고 2016년부터 재무본부에서 근무하며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 올랐다.


대한항공 이사회도 이달 말 임기가 만료하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과 이수근 대한항공 부사장을 다시 사내이사로 추천했다. 양사 사내이사 전원을 대한항공 재직자로 구성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3자 연합은 “새로운 인물이 한진칼을 경영해야 한다”며 임기가 남아있는 석태수 사장과 함께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 김치훈 전 한국공항 통제본부장을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이중 김치훈 후보는 스스로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로써 양사 사내이사는 3자 연합이 추천한 외부 인사와 대한항공에 재직 중인 사내 인사가 맞대결한다.

조원태·하은용 vs 김신배·배경태 

한진그룹 위기 관련 기자회견서 발언하는 강성부 KCGI 대표. 연합뉴스

한진그룹 위기 관련 기자회견서 발언하는 강성부 KCGI 대표. 연합뉴스

한진 측은 사외이사진도 금융 전문가를 대거 앞세웠다. 한진칼 이사회는 이날 5명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이중 3명이 금융 전문가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임춘수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가 신규 후보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쳐 재정경제부 차관을 역임했다. 박영석 후보는 한국증권학회장·한국금융학회장을 거쳐 현재 자본시장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임춘수 후보는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다. 이밖에 한진칼은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등 2인의 법조인을 추천했다.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이 신규 추천한 3인의 사외이사는 모두 KCGI의 공세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은 한국산업조직학회·동북아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한 경제학 전문가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제기업지배구조연대(ICGN) 이사와 한국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다. 또 다른 사외이사 후보인 박현주 전 SC제일은행 부행장보도 은행에서 기업 운전자금 관리 업무와 리스크 관리를 경험했다.  

이는 3자 연합이 재무전문성을 앞세워 한진칼·대한항공의 실적 부진을 지적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KCGI는 한진칼·대한항공의 재무구조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이 자리에서 강성부 KCGI 대표는 “한진그룹 경영진이 부채관리에 실패하고 이자가 높은 신종 자본증권을 대거 끌어쓰다가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사외이사 후보, 3자 연합 대항마로 선별 

델타항공이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을 알렸다. 델타항공 캡쳐

델타항공이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을 알렸다. 델타항공 캡쳐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것도 역시 3자 연합의 주장을 반영한 결과다. 3자 연합은 이사회가 남성으로만 구성되지 않도록 정관에 양성 확보 규정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펼치면서, 여성인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를 추천했다. 이에 맞서 한진칼은 최윤희 후보를, 대한항공은 박현주 후보를 내세웠다.  

한진칼 정관은 사내이사·사외이사의 인원수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진칼과 3자 연합이 각각 추천한 사내이사·사외이사는 주총에서 어느 정도의 지지를 얻느냐에 따라 모두 선임될 수도 있고, 모두 선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주주 과반의 동의를 이끌어내면 한진칼 이사로 뽑힌다.

한편 이날 오전 한진칼 주가(4일 종가 8만4700원)는 다시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중 한때 9만6000원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종가(4만원·12월30일)와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3일 KCGI가 한진칼 주식(0.54%)을 추가 매수하는 등 3자 연합과 한진그룹의 지분경쟁이 심화하면서다. 4일 기준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우호지분의 지분율(39.25%)은 3자 연합 지분율(37.63%) 보다 1.62%포인트 높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