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등 북한의 관영매체는 29일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라고 30일 밝혔다. 초대형 방사포는 지난해 5월 4일 이후 북한이 16번 시험 사격한 전술 무기 4종 중 하나다.
북한은 대구경 방사포(19-2, 19-3), 초대형 방사포(19-5) 등 방사포 2종류와 북한판 이스칸데르(19-1),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ㆍ19-4) 등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종류를 각각 선보였다.
대체적으로 사거리가 300㎞ 이하의 탄도미사일을 전술탄도미사일(TBM)이라고 부른다. 16번의 전술 무기 사격에서 가장 멀리 날아간 경우가 450㎞였다. 휴전선 가까이데서 쏘면 한국의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은 “북한은 2018년 두 차례의 북ㆍ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기간에도 신형 전술무기체계를 계획대로 은밀하게 제작해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4가지 단거리 발사체는 저마다 쓰임새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①북한판 이스칸데르(19-1)
러시아의 SRBM인 9K720 이스탄데르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지난해 5월 4일, 5월 9일, 7월 25일, 7월 31일 등 4번 발사됐다. 북한에선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수단’, ‘신형 전술유도무기’, ‘신형 전술유도탄’이라고 불렀다.
40㎞ 이하 고도에서 최고 속도 마하 6.9로 날아 최대 450㎞ 떨어진 지점에 탄착했다.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 트럭에 2발을 싣고 다닌다. 상대방의 요격을 피하기 위해 하강 단계에서 다시 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 능력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4일 동해 해상에서 열린 화력타격훈련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19-1 미사일 발사 모습.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3/31/330487ff-0dc1-40e8-8585-53a09b0f48ae.jpg)
지난해 5월 4일 동해 해상에서 열린 화력타격훈련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19-1 미사일 발사 모습. [연합뉴스]
19-1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을 다루는 북한 전략군 소속으로 추정된다. 미국 외교ㆍ안보 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의 선임 에디터인 앤킷 판다에 따르면 북한판 이스칸데르 사진을 밝게 처리한 결과 표면에 ‘ㅈ’로 시작하는 일련번호가 나타났다. ‘ㅈ’는 전략군 또는 ‘전략 로켓(미사일)’를 뜻한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전략군 소속이라면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달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소장도 19-1 미사일이 500㎏ 무게의 핵탄두를 싣고 최대 450㎞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②북한판 에이태큼스(19-4)
미국의 전술탄도미사일인 에이태큼스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렇게 불린다. 지난해 8월 10일, 8월 16일, 지난 21일 등 3번 발사됐다. 북한에선 ‘새 무기’, ‘전술유도무기’라 불렀다. 50㎞ 이하 고도에서 최대 410㎞를 날아갔다. 무한궤도형 또는 바퀴형 TEL에서 쏜다. 지난 21일 발사 땐 19-1 미사일처럼 풀업 기동을 한 것으로 포착됐다.
![북한이 지난해 8월 16일 쏘아올린 '북한판 에이태큼스' 발사체.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3/31/3cd4fe98-051a-4d0d-8170-232141e7b3fe.jpg)
북한이 지난해 8월 16일 쏘아올린 '북한판 에이태큼스' 발사체.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19-4 미사일 역시 핵탄두를 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류성엽 전문연구위원은 “19-1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전략군 소속으로 보인다”며 “19-1 미사일의 생산비가 비싸기 때문에 북한은 좀 더 싼 19-4 미사일을 개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③대구경 방사포(19-2, 19-3)
지난해 7월 31일과 8월 2일 등 2번 발사됐다. 북한 관영 매체는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고 소개했다. 방사포에 유도 기능을 넣었기 때문에 ‘조종’을 이름에 넣은 것이다. 30㎞ 이하 고도에서 최대 250㎞를 날았다.
그러나 군 당국은 각각 19-2와 19-3으로 분류하면서 ‘미상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이란 설명을 달았다. 19-1을 쏘고선 새로운 무기인 것처럼 북한이 속였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8월 2일(위)과 지난 29일(아래) 각각 쏘아올린 발사체 시험 장면. 북한은 지난해 8월 2일 발사체를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고 표현한 반면 지난 29일 발사체를 '초대형 방사포'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두 개 발사체 모두 외형이 흡사하다.[노동신문 캡처=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3/31/f75f8ab9-f56f-4281-9476-5a4b62ea63e1.jpg)
북한이 지난해 8월 2일(위)과 지난 29일(아래) 각각 쏘아올린 발사체 시험 장면. 북한은 지난해 8월 2일 발사체를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고 표현한 반면 지난 29일 발사체를 '초대형 방사포'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두 개 발사체 모두 외형이 흡사하다.[노동신문 캡처=연합뉴스]
만일 북한의 주장대로 대구경 방사포가 실제 개발됐다면 전략군이 아닌 포병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거리를 고려하면 충청권이 19-2, 19-3 방사포의 목표에 해당한다. 경기도 평택의 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스텔스 전투기인 F-35A가 있는 청주 기지, 3군 본부가 모여 있는 계룡대 등을 노렸다고 봐야 한다.
④초대형 방사포(19-5)
지난해 8월 24일, 9월 10일, 10월 31일, 11월 28일, 지난 2일, 9일, 29일 등 모두 6번 발사됐다.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라고 불렀지만, 지난 2일과 9일 발사 땐 북한 관영매체가 ‘방사탄’이라고 보도했다. 최대 380㎞까지 날아간다. 고도는 지난해 97㎞→50~60㎞으로 낮추더니 올해 30㎞까지 내려갔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도록 고도를 최대한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31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진행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캡처=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3/31/c82f3bfb-aeca-4a59-b472-523b7fc1e564.jpg)
북한이 지난해 10월 31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진행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캡처=연합뉴스]
19-2, 19-3 방사포와 함께 북한군 포병의 주력 무기로 보인다. 19-2, 19-3보다는 고가치 목표물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부대가 주둔한 성주까지 타격할 수 있다.
30일 노동신문 보도에서 “국방과학원에서는 조선인민군 부대들에 인도되는 초대형 방사포의 전술 기술적 특성을 다시 한번 확증했다”고 표현한 점으로 미뤄 곧 실전배치를 앞뒀을 수 있다. 다만 북한 매체가 지난 29일 발사 장면이라고 공개한 사진을 보면 외형상 초대형 방사포가 아닌 대구경 조종 방사포에 가까워 보인다. 류성엽 전문위원은 “북한이 이들 2가지 무기 체계를 분석하는 데 혼선을 주는 등 의도적인 기만술을 벌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