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귀순한 탈북자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되돌아갔는데도 놓쳤다. 또 지난해 북한의 소형 목선이 강원도 삼척에 유유히 입항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군 당국이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한 지 1년 만이다.
![강화도 교동도에서 바라본 북한 연백군 일대 모습. 교동도에서 2.5㎞ 정도(최단거리 기준) 떨어졌다. 물살이 세지만 성인 남성이 스티로품과 같은 부유물에 기대면 헤엄칠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과거 귀순 경로로 몇차례 활용됐다.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7/26/b0fdfb3c-0df3-48a1-86be-0bd895faca5f.jpg)
강화도 교동도에서 바라본 북한 연백군 일대 모습. 교동도에서 2.5㎞ 정도(최단거리 기준) 떨어졌다. 물살이 세지만 성인 남성이 스티로품과 같은 부유물에 기대면 헤엄칠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과거 귀순 경로로 몇차례 활용됐다. [중앙포토]
군 관계자는 26일 “현재 군은 북한의 공개 보도와 관련, 일부 인원을 특정해 관계 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는 이날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바이러스ㆍ신종코로나감염증 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탈북자는 2017년 8월 11일 오전 1시쯤 서해 5도 교동도 전방 해상에서 부유물에 몸을 맡긴 채 헤엄쳐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북한 주민 김모(24)씨가 유력하다. 당시 그는 열상감시장비(TOD)로 감시 중인 해병대 초병에 의해 발견된 뒤 수칙에 따라 안전하게 귀순했다.
김씨가 자신이 3년 전 이미 성공했던 교동도~강화~김포 지역에서의 물길을 이용해 북한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군 당국이 정확한 재입북 경로와 방법에 대해 조사 중이다.

교동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군 당국은 합동참모본부의 전비태세검열단을 이날 투입했다. 전비태세검열단은 전투준비태세와 경계태세의 잘잘못을 점검하는 곳이다. 이 관계자는 “감시장비 녹화영상 등 대비태세 전반에 대해 합참 전비검열실에서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군 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재입북 이전 교동도 일대를 사전 답사한 정황도 있다.
군 안팎에선 군 당국이 김씨의 월북에 대해 미리 알고도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씨를 금세 특정하고, 사전 답사 정황도 인지한 사실을 들면서다. 군 당국은 “모든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경계 부대가 문책을 두려워 은폐한 사실이 있는지 보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군 당국이 김씨의 월북은 북한 보도 이후 알았다”고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2009년 10월 한국 국민 강모씨가 동부 전선의 철책을 뚫고 월북한 사실이 북한의 발표로 뒤늦게 확인된 적이 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관계 당국이 김씨가 최근 수상한 행적을 보인 뒤 연락이 끊겨 소재지를 찾고 있었다”면서도 “그가 북한으로 들어간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탈북자에 따르면 북한 개성에서 중학교까지 나온 뒤 한국에서 전문대를 중퇴한 김씨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최근 성범죄와 관련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또 탈북 동료로부터 넘겨받은 차량을 정리하고, 다른 탈북자에게 돈을 빌렸다는 정황도 있다.
그러나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의 검열 결과가 나온 뒤 책임을 묻는 군 당국의 인사가 대대적으로 뒤따를 전망이다. MDL 경계 태세 문제가 1년 만에 또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15일 강원도 삼척항 북한 목선 입항 사건에 대해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놨다. 그리고 정부 합동조사를 벌인 뒤 정 장관은 “경계작전 실패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과오”라고 강조하면서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탈북민 김씨의 재월북은 1년 여전 경계태세 대책이 별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주석 전 국방부 차관을 국가안보실 1차장에 임명하면서 정부 일각에선 이르면 이번 주 국방부 장관 개각이 단행된다는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후임 장관으론 김유근 전 안보실 1차장과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 등이 거론된다.
정용수ㆍ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