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26일 북한 보도 1시간 후인) 아침 7시~7시 반쯤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의 전화를 받고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군의 경계 태세에서 전반적 허점이 드러났다.
![김씨가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연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 둥그런 형태의 윤형 철조망이 훼손된 상태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7/31/89dd158f-ee9a-4c67-bf57-3f1b961e8021.jpg)
김씨가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연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 둥그런 형태의 윤형 철조망이 훼손된 상태다.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은 31일 강화 지역 월북 사건에 대한 검열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김씨는 월북한 것으로 추정하는 18일 오전 2시 강화도 연미정에 택시를 타고 내렸다. 당시 인근 경계 초소의 초병은 “새벽 시간 동네 주민이 택시를 타고 내리는 일이 가끔 있기 때문에 김씨를 간과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연미정이 북한과 강 하나를 두고 맞닿은 곳이기 때문에 김씨를 막아 검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월북 경로로 사용한 연미정 배수로엔 철근 저지봉과 윤형 철조망이 있었다. 그러나 저지봉 사이 틈이 크게 벌어졌고, 윤형 철조망은 오래돼 일부 훼손된 상태였다. 합참은 김씨가 이곳을 빠져나가는 데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봤다.
군 관계자는 “연미정 지역을 관할하는 소초는 매일 배수로의 철근 저지봉과 윤형 철조망을 점검해야 했는데, 실제론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김모씨 어떻게 재입북했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김씨가 연미정 배수로를 나와 헤엄을 쳐 북한의 황해도 개풍군 탄포로 가는 동안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영상이 찍혔다.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 감시카메라가 김씨를 잡은 것이었다. 그러나 부표ㆍ통나무 등 부유물과 섞여 있어 식별하기 어려웠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군의 감시장비는 강 너머 북한 쪽을 주시하기 때문에 김씨와 같이 남에서 북으로 가는 이동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가 북한 땅에 올라 인근 선전마을로 걸어 올라가는 모습이 군의 열상감시장비(TOD)에도 포착됐다. 군 관계자는 “상륙하는 장면은 2초간 잠깐 나왔고, 그 시간대 마을로의 이동이 가끔 보였기 때문에 김씨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합참이 해당 소초를 검열하는 과정에서 TOD 영상이 삭제된 사실도 찾아냈다. 합참 관계자는 “TOD 저장 장치가 오류가 나 소초에서 예전 영상을 지웠다.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TOD 영상의 네트워크 전송 장비가 고장이 나 일부 영상은 본부 서버로 보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은 허술한 경계 태세의 책임을 물어 수도군단장과 해병대사령관에게 엄중 경고하기로 했다. 또 강화 지역을 책임진 해병 2사단장을 보직 해임했다.
그러나 지휘 책임이 있는 지상작전사령관은 이번 문책에서 빠졌다. 지난해 강원도 삼척에서 발생한 북한 목선 입항 사건 때는 합참의장까지도 경고 조치 대상에 포함됐다. 이 때문에 경계 실패에 봐주기 문책까지 군이 총체적 난국이라는 얘기가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