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세가 3.3㎡ 1억원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옆에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단지가 들어선다. 분양을 앞두고 HUG 분양가와 분양가상한제 분양가를 저울질하고 있어 최종 분양가가 관심을 끈다. 사지은 사업 부지와 조감도.
HUG가 발목을 잡아 온 강남 분양가 ‘천장’이 깨질 전망이다. 정부가 HUG 분양가보다 더 낮추겠다고 도입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되레 분양가를 더 높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과 어긋난 분양가 규제의 역설이다.
분양가상한제는 땅값과 건축비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제도다. 택지지구·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시행하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등 도심 민간택지로 지난 7월 말 확대했다.
7월 말부터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
이 단지는 예상 상한제 분양가를 분양가상한제 시행 직전 분양보증을 받은 HUG 분양가(3.3㎡당 4892만원)와 저울질해 사업에 유리한 가격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 2017년부터 HUG 분양가 규제. 자료: 업계 종합
본지가 이 단지의 재건축 사업계획서를 확보해 감정평가사 등의 도움을 받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택지비가 3.3㎡당 4400만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공공택지 상한제 건축비가 3.3㎡당 800만~1000만원 선이다. 1000만원을 적용하면 분양가가 3.3㎡당 5400만원이 된다. HUG 분양가보다 3.3㎡당 500만원(10%) 더 높다.
이 단지의 최종 상한제 분양가는 한국감정원의 택지비 감정평가금액 검증과 구청 분양가심사를 거쳐 확정된다. 업계는 예상 택지비 감정평가금액 등을 고려하면 3.3㎡당 5000만원이 무난할 것으로 본다.
상한제 분양가가 HUG 분양가보다 올라가더라도 주변 시세보다 여전히 싸다. 반포 일대 새 아파트 시세가 3.3㎡당 7000만~8000만원 대다.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단지와 붙어 있는 아크로리버파크가 국내 최고가 단지로 시세가 3.3㎡당 1억원에 달한다. 84㎡ 실거래가가 35억9000만원까지 거래됐다.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단지 84㎡ 분양가가 예상 상한제 가격인 3.3㎡당 5400만원으로 정해지더라도 아크로리버파크 절반 수준인 18억원대다.
정부, HUG보다 10% 인하 예상
정부는 2019년 8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키로 하면서 "분양가가 HUG 기준으로 10% 이상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상한제 분양가 인하에 따른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상한제 단지의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10년(주변 시세의 80% 미만)으로 늘리고 내년 2월부터 최장 5년 거주도 의무화했다.
현재 HUG 분양가 규제를 받는 단지의 전매제한 기간은 입주 때까지이고 거주의무가 없다.
상한제 분양가가 HUG보다 더 비싸질 수 있는 것은 시세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 HUG 분양가 규제 방식 때문이다. HUG는 최근 1년 내 같은 지역 가격 이상으로 분양가를 받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1년 이하의 간격으로 분양이 계속 이어지면 분양가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3.3㎡당 4892만원은 2년 전인 2018년 10월 이후 그대로다. 서초구 분양가가 2016년 1월 3.3㎡당 4290만원으로 올랐다가 HUG 규제에 묶인 현재는 4892만원이다. 5년 가까운 기간 동안 14% 상승하는데 그친 것이다. 한국감정원 지가 변동률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서초구 주거지 땅값 상승률은 HUG 분양가 상승 폭의 두 배인 28%다.
상한제 단지가 본격적으로 분양에 나서면 주택 수요자는 복잡한 분양가 앞에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분양가가 지역·주택 유형 등에 따라 상한제 가격, HUG 가격, 상한제와 HUG 규제를 모두 받지 않는 자율 가격으로 나뉜다. 같은 상한제 지역에서도 공공재개발 단지는 상한제에서 제외된다. 같은 단지도 아파트 등 유형에 따라 분양가가 달라진다. 분양가만이 아니라 가격 규제 방식과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에 따라 전매제한·거주의무 기간이 제각각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HUG 분양가는 지역별로 동일하지만 상한제 분양가는 단지에 따라 땅값 차이로 차별화하게 된다”며 “기존 HUG 규제 가격보다 내려가는 단지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복잡한 분양가 규제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단지에 청약 쏠림이 나타나며 분양시장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