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12번 말하며 "면목없다" 자책…최고존엄 김정은의 눈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새벽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새벽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고맙다'와 '감사하다'는 표현만 12번 사용했다.
 
특히 대북 경제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풍 및 수해 등 이른바 삼중고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면목이 없다"고 말하는 등 잔뜩 자세를 낮춘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연설 내내 극존칭을 사용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겨낸 인민에 "고맙습니다" 연발 

김 위원장은 이날 자정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한 연설에서 "오늘 이 자리에 서면 무슨 말부터 할까 많이 생각해보았지만 진정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속 고백, 마음속 진정은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뿐"이라며 감성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10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북한 시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 연설을 들으며 울먹이고 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10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북한 시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 연설을 들으며 울먹이고 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이어 "무엇보다 우리 인민 모두가 무병 무탈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며 "한 명의 악성비루스(코로나19)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세상을 무섭게 휩쓸고 있는 몹쓸 전염병으로부터 이 나라의 모든 이들을 끝끝내 지켜냈다는 이 사실, 이 감격의 기쁨에 눈앞이 흐려지고 모두가 건강하신 모습을 보니 '고맙습니다' 이 말밖에 할 말을 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 말미에도 "존경하는 온 나라 전체 인민들 여러분, 정말 정말 고맙다"며 거듭 고마움을 강조했다. 
 

인민군 장병에게는 '미안하다' 안타까움 드러내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과 수해 복구 등에 대규모로 동원돼 가장 큰 역할을 해온 군 장병을 향해서도 수차례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미안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연설 도중 인민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며 울먹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연설 도중 인민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며 울먹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그는 "특히 올해에 예상치 않게 맞다든(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들 이 발휘한 애국적이고 영웅적인 헌신은 누구든 감사의 눈물 없이는 대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래서 너무도 미안하고 이 영광의 밤에 그들 모두와 함께 있지 못 하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자기들이 맡은 피해복구 건설 임무를 완수하고도 사랑하는 집이 있는 평양행을 택하지 않고 스스로들 또 다른 피해복구지역으로 발걸음들을 옮긴 애국자들, 마땅히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우리의 핵심들, 나의 가장 믿음직한 수도당원사단 전투원들에게도 전투적 고무와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고도 했다.  
  

"인민 생활 어려워 면목 없다" 자세 낮춰

특히 이날 김 위원장은 계속된 국가적 어려움에 대해 언급하며 "면목 없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최고 존엄의 무결성(無缺性)으로 대변돼 온 북한 최고지도자의 지위를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발언이다. 대북 제재와 자연재해 등 외부 요인 탓을 하긴 했지만 경제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도 언급한 것이다. 그만큼 북한 주민들이 처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육성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이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육성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이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그는 "전체 인민의 신임 속에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위업을 받들어 이 나라를 이끄는 중책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하늘 같고 바다 같은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 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다"고 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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