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콘텐트 '가짜사나이'로 '대세'가 됐던 이근(37)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예비역 대위가 지난 3일 자신을 둘러싼 '빚투'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군대 신드롬과 함께 화제를 몰고 다녔던 유튜브 예능 ‘가짜 사나이’가 16일 방영 중단을 선언했다. ‘가짜 사나이’를 제작한 피지컬갤러리 측은 16일 “훈련생과 교관진, 나아가 가족들까지 극심한 악플에 시달리고,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 사람들의 가십거리와 사회적 이슈로 소비되어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이근 대위의 ‘빚투’ 문제와 성범죄 논란에 조교로 출연했던 로건과 정은주의 불법 퇴폐업소 출입 등의 의혹이 겹쳐지면서 악화된 여론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보름 전만 해도 각종 방송과 CF에서 이근 대위 모시기 경쟁을 벌였던 점을 감안하면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만큼 순식간에 처지가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롤러코스터를 보는 듯한 ‘가짜 사나이’의 짧은 흥망성쇠가 콘텐트 시장의 총아로 떠오른 유튜브의 생태계를 잘 보여준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Raw(날 것)’ ‘Risk(잠재적 위험)’ ‘Reveal(폭로)’ ‘Revival(회생)’ 등 ‘4R’로 정리해봤다.

군대 체험 예능 '가짜사나이'를 통해 '벼락스타'로 떠올랐던 이근 해군특수전전단 출신 예비역 대위는 ″인성에 문제 있어?″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유튜브 캡처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MBC 예능 ‘진짜 사나이’가 보여줬 듯 군대는 한국 예능시장에서 잘 먹히는 소재”라면서 “다만 과거엔 각종 규제나 시청자 눈높이 등을 고려해 ‘너무 순화됐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가짜 사나이’는 혹독한 훈련 과정과 교관과 훈련생의 관계를 날 것 그대로 내보내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②Risk(잠재적 위험)=그러나 유튜버들은 기획사 등의 검증이나 관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성·금전 문제 등 과거사의 위험성이 연예인보다 클 수밖에 없다.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구독자를 자랑하던 유튜버 하늘(학교 폭력), 찌워니(도박빚), 약쿠르트(성폭력) 등 부적절한 개인사가 드러나 하차 혹은 자숙을 선언한 경우가 적지 않다.
급격한 ‘신분 상승’도 뇌관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비교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유튜버가 뜰 때는 흐뭇하게 보다가도 자신보다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잠재적 안티’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인기 유튜버 '약쿠르트'가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했을 때 화면. 현재는 활동을 중단했다. [유튜브 캡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0/18/961ba1f2-8a45-4a3a-9a3b-9eefa580acf2.jpg)
인기 유튜버 '약쿠르트'가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했을 때 화면. 현재는 활동을 중단했다. [유튜브 캡쳐]
③Reveal(폭로)=검증 과정 없이 ‘벼락스타’가 된 유튜버들은 폭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유튜버들이 서로를 저격하며 퇴장시킨다는 점이 유튜브 세계의 특징이다.
테슬라의 창업 초기 주주로 슈퍼카나 별장 등을 보유했다며 한때 ‘준재벌’로 관심을 모았던 카걸ㆍ피터박 부부 유튜버는 지난 8월 폭로 전문 유튜버 구제역이 “테슬라 주요 주주 명단을 확인한 결과 일반 개미 투자자” “‘BBC 탑기어 수석편집자’가 아닌 ‘탑기어코리아’ 외주 PD” 라고 폭로하면서 유튜브를 중단했다.
!['가짜사나이' 교관 로건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몸캠 피싱' 사진을 공개한 유튜버 정배우가 15일 유튜브 채널에서 '2차 가해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유튜브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0/18/b2958d36-e6ff-4f17-86c8-745594118975.jpg)
'가짜사나이' 교관 로건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몸캠 피싱' 사진을 공개한 유튜버 정배우가 15일 유튜브 채널에서 '2차 가해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유튜브 캡처]
‘가짜 사나이’도 유튜버 정배우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이근 대위의 성폭력 전과와 로건의 몸캠 피싱 의혹 등을 폭로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계에선 서로의 약점에 대해 함구한다는 업계의 불문율이 있는 반면 유튜버들은 개인으로 움직여서 그런지, 폭로를 자신의 인지도 상승과 수입 창출의 통로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튜버 송대익이 주문한 치킨과 피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방송장면. 이는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유튜브 캡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0/18/6b500839-f283-4963-9318-2e18b4cd60ef.jpg)
유튜버 송대익이 주문한 치킨과 피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방송장면. 이는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유튜브 캡쳐]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튜버에게 기대하는 도덕적 기준이 낮다보니, 연예인이라면 상당 기간 활동을 중단할 일도 한두 달이면 잦아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짜사나이’는 회생할 수 있을까. 1인 유튜버가 아니라 복수의 진행자가 얽혀있어 회생의 과정이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이근 대위의 한 지인은 “주변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활동은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