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도 넥센도 죄다 당했다···상장사 60곳 울린 옵티머스

 ‘사기 펀드’로 수천억 원 대 피해자를 낳은 옵티머스 펀드에 한화ㆍ넥센ㆍ오뚜기 등 국내 유명 기업도 대거 가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옵티머스 투자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상장회사는 60여 곳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12개, 코스닥 시장 47개 등 59개 상장사다. 명단은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를 처음 판매하기 시작한 2017년 6월부터 환매 중단을 선언한 올 6월까지 3년간 전체 펀드계약(3359건) 내용이 담겼다. 명단에는 상장사뿐 아니라 유명 자산가도 포함됐다. 총 판매액은 1조 5797억원에 달한다. 이 중 펀드 판매 이후 환매 등이 진행되면서 현재 환매가 중단된 금액은 5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의 문이 닫혀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의 문이 닫혀있다. 연합뉴스.

 
펀드 가입자 명단에는 한화종합화학을 비롯해 LS일렉트릭, STX건설, 오뚜기, BGF리테일, JYP엔터테인먼트, 안랩, 콜텍 등 유명 기업과 상장사들이 포함됐다. 4차례에 걸쳐 투자를 진행한 한화종합화학 관계자는 “자금 운용 차원에서 2019년 투자한 뒤 그해 모두 회수했다”며 “현재 투자금액은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배경은 알수 없지만, 수익성을 보고 유망하다는 판단하에 들어간 단순 투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예금 이자보다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옵티머스 펀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유명 기업 상당수 환매 중단으로 투자금 잃어   

이들 60여곳 상장사 중 상당수는 환매 중단으로 투자금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상반기 실적에 투자 손실을 반영한 곳도 있다. 제약ㆍ바이오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치엘비가 6월에 300억원, 계열사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4월에 100억원을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보았다고 발표했다. 당시 에이치엘비는 NH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을 불완전판매로 고소했다. 연예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도 NH투자증권을 통해 40억원을 투자했다가 30%(12억원)를 잃은 것으로 공시했다. LS일렉트릭(옛 LS산전) 자회사인 LS메탈은 50억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했다가 15억원(30%)의 손실을 봤다. 넥센타이어의 모기업인 넥센은 투자금 31억원 중 10억원을 평가 손실로 반영했다.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 역시 90억원을 넣었다가 상반기에만 순손실 96억원을 기록했다. 기업뿐 아니라 국내 공공기관과 대학도 옵티머스 펀드에 가입했다가 환매 중단 사태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과 마사회, 농어촌공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공공기관은 물론 성균관대, 한남대와 건국대, 한국전력공사 사내 근로복지기금 등도 수십억 원씩 옵티머스 펀드에 가입했다.  
 

법인·공공기관, 기업 오너 이름도 명단에 

투자자 명단에는 법인ㆍ기관뿐만 아니라 유명 기업 오너의 이름도 포함됐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과 동일한 이름인 가입자가 11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LG그룹 일가에서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동일 이름이 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적혀 있다. 해당 기업들은 "오너 등 당사자가 투자를 했는지는 개인 정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특정 사모펀드에 이렇게 유력 기업들이 대거 투자한 것을 주고 영향력 있는 인사의 도움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란 평가를 하고 있다. 손해를 본 상당수 기업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배상을 추진하고, 법정 소송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