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일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정부 안(555조8000억원)보다 늘어난 558조 규모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3조원, 백신 확보 등 감염병 대응에 1조원 등을 추가로 편성하는 등 7조5000억원을 늘리고, 일반·행정 등 다른 사업에서 5조3000억원을 깎았다. 국채 발행 규모는 순증액보다 더 많은 3조5000억원 규모다. 세수 감소, 주택기금 등 국가기금 감액 등으로 인한 손실 1조3000억원을 메꿔야 해서다.
올해 본예산은 512조3000억원이었다. 당시 국가채무는 805조2000억원이라는 게 정부 추산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는 급격히 불었다. 올해 4차 추경 편성 때 정부가 예상한 국가채무는 952조5000억원이다. 여기에 3조5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서 국가채무는 956조원 수준으로 불어난다. 1년 새 150조8000억원의 나랏빚이 늘어나는 것이다.

1년 만에 폭증한 국가채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해 본예산 당시 39.8%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네 차례 추경 편성으로 43.9%로 늘어난 이 비율은 내년에 47%를 훌쩍 넘기게 된다. 내년도 예산 정부안 기준으로 47.1%에서 47.3%로 높아진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내년에 3.7%가 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나랏돈을 쏟아부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사회적 파장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위해 수차례 추경을 편성해야 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처지다. 올해 4월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 편성 당시만 해도 해도 정부는 기존 예산 삭감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국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다.

연도별 국가예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여야 모두 2조원 정도의 나랏빚 증가가 괜찮다고 하지만, 현재 나라 곳간 상황과 향후 재정 수요를 생각할 때 재정 건전성은 이미 위험 수위에 와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라는 비상 상황임을 감안하면 일정 부분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재정 상황에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분야 투자 활성화에 좀 더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