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포항 구룡포과메기 홍보 및 미디어 설명회에 참석, 축사를 전하고 있다. 2021.11.22 임현동 기자
발단은 20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페이스북 메시지였다. 장 의원은 최근 데이트폭력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가해자로부터 살해당한 사건을 거론하며 “이별 통보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선거 때가 되니 또 슬슬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전 남편을 살해한 여성 고유정을 예로 들며 “일반적인 사람은 고유정을 흉악한 살인자로 볼 뿐, 애써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젠더갈등화하려고 하지도 않고 선동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장 의원뿐 아니라 이 대표와 페미니즘 이슈를 놓고 잦은 설전을 벌여 왔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비판을 쏟아냈다.
장 의원은 “이 대표가 안티페미 선동을 할수록 좋아하는 건 젠더폭력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이고 죽어가는 여성들”이라고 말했고, 진 전 교수는 21일 “국민의힘의 ‘이준석 리스크’ 현실화”라며 “공당의 대표가 이제 ‘교제살인’까지 쉴드 치고(보호하고) 나서나. 국민의힘 대선은 얘(이 대표)가 다 말아먹을 것 같은 예감”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진 전 교수는 세 건의 게시글을 연달아 올리며 “데이트 살인의 동기는 여성을 독립적 인격이 아니라 소유물로 바라보는 ‘젠더’에 있다. 공당의 대표라면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대표는 여성 경찰이 흉기난동 현장에서 이탈해 논란을 빚은 사건과 관련해선 21일 “내일(22일)아침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공무원의 직무수행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두고 일부 남성중심 커뮤니티 등에서 ‘여경 선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옹호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실질적인 치안력 확보 문제로 국민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어느 대선후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1일 진 전 교수의 페이스북에서 설전을 벌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2030 남성층으로부터 ‘준스톤’으로 불리며 팬덤을 갖고 있는 이 대표가 최근 ‘안티페미니즘’ 전선에 다시 서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진 전 교수는 21일 “당무우선권이 넘어 간 상황에서 ‘안티페미’ 마초들 지지가 필요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