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로데오거리.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면서 상가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최모란 기자
“자발적으로 셔터(덧문)를 내렸어요.”
평택 로데오거리의 한 상인은 이렇게 말하며 한숨지었다. 박경찬 안정리 관광특구추진위원장은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지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해 상인들끼리 2주간 문을 닫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사꾼 입장에선 손해가 크지만, 이렇지 않으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미군 감염자 늘며 지역 감염 확산
100만 인구 특례시인 수원시(84명)·용인시(84명)·고양시(70명)와 비교해도 확진자 수가 4~5배 규모다. 평택시 전체 인구는 56만명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12일 확진자 집계 과정에서 빠진 247명을 14일 발표에 포함하기로 해 내일 신규 확진자 규모는 7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평택은 11일에도 45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도내 신규 확진자(1629명)의 27.6%를 차지했다.
평택시와 경기도는 지난달 28일부터 연일 세 자릿수 규모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원인을 주한미군 확진자 급증으로 보고 있다. 이날 평택시 확진자의 40%(142명)가 주한미군 확진자다. 11일 확진자 역시 450명 중 254명이 미군이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도내 주한미군 코로나19 확진자는 951명이다.

13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로데오거리.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면서 거리가 한산하다. 최모란 기자
신장동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마스크는 아픈 사람들만 쓰는 것’이라며 기피하던 미군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음식점이나 술집 등에선 마스크를 벗으면서 감염자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확진 62건 중 55건이 오미크론
확진자가 늘자 주한미군은 지난 8일부로 공중보건방호태세(HPCON)를 브라보(B)에서 브라보 플러스(B+) 수준으로 격상해 사실상 외출금지 조처를 내렸다. 주 고객층인 미군의 발길이 끊긴 데다 오미크론 확산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미군 부대 인근 거리는 인적을 찾기 어려웠다. 한 식당 주인은 “작년에도 미군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몇 차례 외출 금지 조치하면서 손해가 컸다”며 “그래도 간간이 찾는 사람들이 있어서 문을 열었는데 오미크론 얘기가 나오면서는 손님이 아예 끊겼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대책 강화 방침을 밝혔다. 평택시
평택시 관계자는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에 비해 중증도가 낮다고 하지만 빠른 전파력으로 인한 확진자 급증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더 큰 제약을 받을 수 있으니 백신 추가 접종과 적극적인 생활방역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