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인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극초음속밈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日 지지할 때, 韓 남 얘기하듯
반면 같은 날 외교부는 미국의 독자 제재에 대한 공식 입장에서 "대화와 동시에 제재 이행이 긴요하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고만 밝혔다. 사실상 '미국이 원래 해오던 걸 계속하는 셈 아니냐'는 정도의 평가로, 제재 자체에 대한 지지 여부는 밝히지 않고 남 얘기하듯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 "대화로 복귀하라"고 촉구하는 등 여전히 방점은 대화에 찍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미국이 이번 독자 제재 대상을 기존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명단에도 포함하자고 추가 제안한 데 대해서도 "정부도 필요성에 공감하느냐"고 묻자 "안보리 제재 대상 추가 지정 문제와 관련해선 현재 미국과 소통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역시 찬반을 밝히지 않았다.
日 "지금껏 없던 신형" vs 韓 "일반 탄도"
반면 그다음 날인 7일 국방부와 합참,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닌 성능이 과장된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국방부가 '일반 미사일'로 평가 절하했던 5일 시험 발사로부터 엿새 뒤인 지난 11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더욱 진전된 성능의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이에 대해서는 군 역시 비행 속도를 최대 마하 10으로 판단했다. 극초음속미사일로서의 성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 지표였다. 하지만 국방부는 다음날에도 이를 또 "탄도미사일"로만 표현했다. 자칫 북한 미사일의 위협을 축소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입장이란 지적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5일과 11일 두 건의 탄도미사일의 정확한 제원에 대해 여전히 "평가 중"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지난해에만 네 차례 이뤄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사실상 '구두 경고'만 하다가 올해 들어 출범 후 처음으로 제재 카드를 꺼내 든 건 최근 북한의 미사일 기술 개발 수준을 그만큼 심각하게 평가한단 방증이다.
한편 한ㆍ미ㆍ일 3국 국방 고위당국자들은 13일 통화를 하고 북한 미사일 관련 논의를 했다.

북한, 세 번째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 합참.
北 신무기에 美ㆍ日 '공동 대응' 약속
앞서 전날인 5일(현지시간)에도 미ㆍ일 외교장관은 통화를 하며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한ㆍ미 외교장관 간 통화는 없었다.
이와 관련,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ㆍ미의 경우 북핵 수석대표가 전날(5일) 이미 협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다만 수석대표급과 장관급 협의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현지시간) 미ㆍ일 외교ㆍ국방 2+2 회의 관련 보도자료. 표시한 부분은 "양국 외교 장관이 극초음속 기술에 대항하기 위한 미래 협력 관련 합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 미 국무부 홈페이지 캡쳐.
유엔 공조서도 한국만 빠져

지난 2016년 3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에 만장일치 표결 후 오준 당시 주유엔한국대사(가운데)가 서맨사 파워 당시 주유엔미국대사(왼쪽), 요시카와 모토히데 당시 주유엔일본대사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지난 2017년 5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 후 조태열 당시 주유엔한국대사(가운데)가 니키 헤일리 당시 주유엔미국대사(왼쪽)과 벳쇼 고로 당시 주유엔일본대사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현재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일본이 두 성명에 모두 동참했다는 건 참여 범위를 안보리 이사국으로만 한정하지 않았다는 뜻인데, 정작 북한 관련 직접 당사국인 한국은 빠졌다.

지난 10일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 유엔 6개국 대표 북한 탄도미사일 규탄 성명 발표. 유엔 웹티비 캡쳐.
이와 관련,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일단 지켜보고 있던 바이든 행정부로선 이제 제재 강화 등 원칙에 따라 대응할 명분을 찾은 셈"이라며 "일본이 북핵 대응과 관련해 미국과 협력 수준을 높이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대북 관여와 대화 필요성만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