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장에서 개표사무원들이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가 고양시 공무원들에게 사인을 받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선거업무 부동의서는 총 1400장. 고양시 전체 공무원(3200명)의 43.7%가 강제적인 선거 업무 차출에 반대했다.
노조는 고양시에도 “공무원들을 강제로 선거 업무에 차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시 통합공무원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선거관리위원회에 여러 차례 ‘강제적인 인력 차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며 “억지로 선거 사무 종사원으로 위촉하지 말고 동의를 얻어, 원하는 이들만 참여하게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양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시에 요청한 선거 관련 차출 인원은 215명인데 현재까지 85명만 지원했다고 한다.
광역·기초단체 공무원 노조마다 '선거 업무 차출 반대'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경기도에선 고양시 말고도 안양·의왕·광명시 공무원 노조가 선거 업무 지원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충북, 전북·전남, 경북, 강원, 대구 등 전국적으로도 같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는 17일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부당한 선거사무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지자체 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표면적으로는 선거업무 차출 인력 신청자를 받고는 있지만, 사실상 부서별 할당제를 운용하는 등 강제적으로 차출한다”며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업무 등으로 공무원들의 피로가 급증한 상황인데 지자체 고유 사무가 아닌 선거 업무까지 떠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자체 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투표소 근무의 경우 오전 5~6시에 출근해 오후 6~7시까지 12~14시간을 일하는데 수당(사례금 포함)으로 나오는 돈은 10만원에 못 미치고 점심도 사 먹어야 한다”며 “이런 수당을 받고 누가 일하겠느냐”고 말했다.
투·개표 과정 문제 생기면 해당 공무원이 책임져야
한 공무원은 “지자체 공무원은 선거 업무에 대한 권리는 없고 의무와 책임만 부여받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라도 생기면 이중 처벌을 받는다”면서 “왜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며 강제로 차출되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들은 선거 업무 차출에 거부 근거로 2020년 6월 공무원들이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선거사무 일당 청구 소송’을 언급했다. 당시 수원지법 행정3부는 “선거사무종사자 위촉은 행정청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해 행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 공법상 근무관계의 설정을 목적으로 선관위와 선거사무종사자 사이에 서로 대등한 지위에서 의사가 합치돼 성립하는 일종의 공법상 근로계약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