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현장, 가장 잘 안다”…광주 붕괴사고 14일째 미뤄진 현산 관계자 조사

5명의 실종자와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경찰 수사가 실종자 수색 장기화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의 현대산업개발 책임자 조사도 실종자 수색에 밀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현산 관계자 소환조사 언제쯤?

24일 구조대원들이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건물 내부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4일 구조대원들이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건물 내부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번 주 중으로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붕괴원인 등을 따져보기 위한 소환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경찰은 지난 17일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과 안전관리 책임자 등 10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또 지난 19일 현대산업개발 본사 등 압수수색을 통해 설계도면·콘크리트 샘플·품질검사 기록·타설일지 등 자료도 확보했지만 책임자 소환조사는 못한 상태다.

경찰 “피해자 수색 최우선…”

16일 우천 중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했다는 의혹과 타설일지가 공개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붕괴 아파트 23~24층 구간. 프리랜서 장정필

16일 우천 중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했다는 의혹과 타설일지가 공개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붕괴 아파트 23~24층 구간. 프리랜서 장정필

 
이 때문에 실종자들 사이에선 “경찰의 소환조사가 지연되면서 ▶39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두께 무단 변경 ▶38층 이하 동바리 해체 ▶한파 속 콘크리트 양생 등 부실시공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소환조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책임자 조사보다 실종자 수색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이 사고현장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시 대기하면서 현장 정보를 제공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게 경찰과 현대산업개발 측 설명이다.


“콘크리트 샘플 조사도 장기화”

지난 23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붕괴사고 신축 아파트 건물 내부 야간수색 작업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이 찢겨져 나간 잔해물을 제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3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붕괴사고 신축 아파트 건물 내부 야간수색 작업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이 찢겨져 나간 잔해물을 제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경찰은 붕괴사고 현장에 불량 콘크리트가 사용됐는지도 따져보고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소방당국의 협조를 받아 붕괴현장 내부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에서 붕괴 건물에 사용된 ‘콘크리트 샘플’을 확보했었다.

붕괴 아파트 공사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 10곳 중 8곳이 레미콘 업체 품질관리 실태점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불량 콘크리트가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에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콘크리트 샘플 조사를 맡긴 상황”이라며 “콘크리트 배합 비율 등 검사 결과가 이른 시일 내로 나오진 못할 것이라는 전달을 받았다”고 말했다.

“붕괴층 하중 강도도 관건”

 

광주 39층 아파트 ‘붕괴의 재구성’ 그래픽 이미지.

광주 39층 아파트 ‘붕괴의 재구성’ 그래픽 이미지.

경찰과 중앙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콘크리트 샘플 조사와 함께 붕괴층의 하중 강도가 제대로 확보됐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타설한 콘크리트가 겨울철에 진행한 작업을 버틸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굳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국가건설기준센터에 나온 ‘한중(寒中) 콘크리트 시공’ 건축표준시방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기온이 4도 이하일 때 동결할 우려가 있어 콘크리트 타설과 양생(굳힘) 때 보온 대책을 강구하도록 돼있다. 지난 11일 붕괴 사고 당시 광주지역 평균기온은 영하 1.6도였다.

또 해당 시방서에는 포틀랜드 시멘트를 사용하는 것을 표준으로 타설할 때 콘크리트 최저 온도는 1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양생이 끝나면 표준 압축강도는 5~15㎫ 범위로 나와야 하며, 이 압축 강도가 나와야 위층 타설이 가능하다. 

중앙건설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는 “붕괴 원인은 한 가지일 수는 없고, 구조 안전성 확보, 앞서 시공품질이 제대로 잘 지켜졌는지, 작업자가 시공계획서를 준수했는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며 “작업 전후 시공 현장 총괄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