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여자 빙속 500m에서 질주하는 일본 고다이라 나오. [뉴시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15/4c2c529e-e0bb-4162-a1c5-b4b3254543e9.jpg)
13일 여자 빙속 500m에서 질주하는 일본 고다이라 나오. [뉴시스]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를 중계하던 이상화(33) KBS 해설위원은 고다이라 나오(小平奈緒·36·일본)의 레이스를 지켜보며 눈물을 터트렸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고다이라는 17위에 머무르며 2연패에 실패했다. 불과 20m 거리에서 레이스를 지켜본 이상화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뒤 만난 이상화는 눈물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눈이 빨갛게 충혈된 그에게 취재용 사진을 부탁하자 “퉁퉁 부었는데…”라고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이상화는 “나오 선수의 스타트 첫발이 좋았다. 그런데 중간부터 흐름이 끊어졌다. 상위권에 들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13일 여자 빙속 500m에서 질주하는 일본 고다이라 나오와 그를 보며 공감의 눈물을 흘린 이상화. [뉴시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2/15/e13a385a-921a-4b0b-b2ef-913715ecdf86.jpg)
13일 여자 빙속 500m에서 질주하는 일본 고다이라 나오와 그를 보며 공감의 눈물을 흘린 이상화. [뉴시스]
고다이라가 세 살 많지만 둘은 오랜 친구다. 2006년 월드컵에 출전한 고다이라에게 이상화가 먼저 말을 걸었고, 그때부터 친해졌다. 한국어와 일본어·영어를 섞어가며 대화했다. 한국에서 대회가 열릴 땐 함께 온천에 가기도 했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둘은 숙명의 대결을 마주했다. 네덜란드 유학을 통해 기량이 급성장한 고다이라는 2010 밴쿠버, 2014 소치 올림픽에 이어 3연패에 도전하는 이상화의 라이벌로 떠올랐다. 한·일전이란 구도와 맞물린 탓에 양국에서 이 대결을 주목했다.
이상화는 고다이라를 ‘그 선수’ ‘그 친구’라고 불렀다. 워낙 둘을 라이벌로 묶다 보니 “그 선수와 비교는 그만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사석에선 친하지만 경기에서만큼은 지지 않겠다는 승부욕이 엿보였다. 결과는 고다이라의 승리였다. 고다이라가 금메달, 이상화는 은메달이었다.
뜨거운 레이스보다 더 뜨거운 건 경기 뒤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고다이라는 레이스를 마친 뒤 눈물을 터트린 이상화를 끌어안고 위로했다.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한 채 경기장을 돌았다. AP통신은 “역사적인 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은 두 나라지만 화합을 보여 줬다”고 평했다.

자신의 스케이트 날에 걸려 넘어진 스티븐 뒤부아에게 사과하는 황대헌(왼쪽). 김경록 기자
황대헌은 경기 뒤 “캐나다 선수에게 사과했다. 추월 시도도 안 해보고 머뭇거리고 주저하면서 끝내기보다 끝까지 시도하고 실패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어드밴스를 받아 결승에 오른 뒤부아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국내에서도 메달 획득 실패에 대한 실망보다는 매너 있는 행동을 칭찬하는 여론이 많았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은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참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승리가 아니라 노력인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우리가 보고 싶었던 스포츠의 모습을 이상화와 황대헌이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