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 ‘기리야마’ 대표의 새로운 도전
폭탄 테러 간발 차이로 피한 뒤 인생 바꿔
![고소하고 진한 소고기 육수에 매끄러운 면발이 특징인 ‘소울 국수’의 대표 메뉴 곰국수. 신상목 대표가 세계에 내놓을 K누들을 꿈꾸며 반죽부터 육수까지 직접 개발한 것이다. [사진 소울 국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5/17/bd2cfd82-2481-407b-88f5-2f9a60227959.jpg)
고소하고 진한 소고기 육수에 매끄러운 면발이 특징인 ‘소울 국수’의 대표 메뉴 곰국수. 신상목 대표가 세계에 내놓을 K누들을 꿈꾸며 반죽부터 육수까지 직접 개발한 것이다. [사진 소울 국수]
“내일 일도 모르는데
넥타이 풀고, 럭셔리 수트도 벗어버리고 아침마다 직접 밀가루를 반죽해 우동 면 뽑는 일에 몰두했던 그가 최근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올해 3월 기리야마 본진 인근에 국수집 ‘소울 국수’을 오픈한 것. 대표메뉴는 소고기 곰국에 자가제면 생면을 말아먹는 ‘곰국수’와 ‘국밥’, 그리고 ‘우삼겹비빔국수’다. “곰국에 밥 말아먹으면 국밥이 되고, 차가운 면은 비빔국수로 먹는 거죠.”
소면보다 굵고 짜장면보다 얇은 ‘1.4㎜ 마법’

폼나는 외교관에서 자가제면 우동집 ‘기리야마’를 차리고 15년째 묵묵히 반죽과 씨름 중인 신상목 대표. 최기웅 기자
신 대표의 목표는 한국 국수, ‘K누들’의 세계화다. 인천공항에서 꼬박 23시간을 날아가야 도착하는 아프리카 케냐공화국에도 한식당이 있을 만큼 전 세계인의 K푸드에 대한 관심도는 높다. BBQ부터 사찰음식까지, 외국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한식 종류도 다양한데 유독 ‘국수’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도는 적다. 북미와 유럽에서 ‘매운맛’으로 사랑받는 불닭볶음면도 따지고 들면 일본이 원조인 라면이다.
“세계적으로 면 요리는 다양합니다. 그만큼 전 세계인이 즐겨먹는 음식인데 지금처럼 K푸드가 약진할 때 한국 국수의 활약이 저조한 게 너무 아쉬워요. 면(麪)이라는 한자어 대신 ‘국수’라는 예쁜 우리말도 갖고 있으면서. 이건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일본 라면도 못하는 일이에요.”
뉴욕에서 미쉐린 가이드 3스타를 받은 ‘정식’의 임정식 셰프를 비롯해 몇몇 유명 셰프들이 한국의 국수를 띄우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녹록지 않았다. “그분들은 요리사지 면 만드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분들보다 밀가루 반죽만큼은 제가 나을 걸요. 우동이나 국수나 기술의 원천은 밀가루 반죽이에요. 반죽만 잘할 수 있으면 국수부터 피자까지 응용 폭이 굉장히 넓어지죠.”
누가 봐도 한국적인 정체성이 있고, 전 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면 요리를 개발하고 싶은 신 대표가 고심 끝에 만들어낸 소울 국수의 면은 ‘낯선 익숙함’이 특징이다. 국물에 말아먹지만 잔치국수용 소면이나 넓적한 칼국수와는 다르다. 입안에 후루룩 넣으면 매끄럽게 춤추다 진한 고소함을 남기고 스르륵 목 뒤로 넘어간다.
“소면보다 약간 굵고 짜장면보다 약간 얇죠. 우리는 ‘1.4㎜의 마법’이라고 부르는데, 면 두께의 진짜 중요한 목적은 함께하는 소스나 국물과의 궁합이에요. 한국적인 국수라고 하면, 소고기 육수가 최고라고 판단했죠. 중국도 일본도 돼지나 닭고기를 우린 국물이 주이지 우리 설렁탕·곰탕처럼 소고기와 소뼈를 활용한 국물은 없거든요. 그래서 한국 국수의 정체성을 소고기 육수와 그 육수에 가장 잘 어울리는 두께의 면으로 설계했죠.”
소울 국수는 신 대표가 밀가루와 씨름하면서 엘리트답게 반죽의 정도, 저작감, 삶는 시간, 목넘김 등을 실험하며 꾸준히 채집한 데이터와 노하우의 결과물이다. “밀가루는 한 마디로 과학이에요. 침대보다 더 심오한.(웃음) 다루는 사람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딱 요물이거든요. 계절 별로 물과 섞이는 과정도 예민하지만, 기본적으로 밀가루는 인간이 소화하기 힘든 곡물이에요. ‘밀가루 음식만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다’는 말을 하게 되는 이유죠. 그래서 밀가루 반죽의 우선 과제는 소화가 잘 되는 상태를 만드는 거죠.”
‘마지막 반지를 차지하는 자, 모든 힘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홍보 문구를 인용하면, 폼 나는 외교관에서 우동집 사장으로 변신한 신상목 대표의 꿈은 ‘반죽의 제왕’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수준 높고 맛도 좋은 ‘K누들’을 만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