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선발 출전을 감독에게 요청한 선배, 이런 주장 또 없습니다

KT 위즈 박경수. [연합뉴스]

KT 위즈 박경수. [연합뉴스]

자신의 선발 출전 기회를 후배에게 내주자고 감독에게 말하는 주장. 팀만 생각하는 KT 위즈 내야수 박경수(38) 이야기다.

KT는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6-2로 이겼다. 주중 3연전을 모두 잡은 KT는 6승 10패를 기록했다. KT가 창단 이후 LG와 3연전을 모두 이긴 건 처음이다.

주장 박경수의 방망이가 살아났다. 이날 전까지 박경수는 17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날은 2루타 1개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시즌 첫 멀티히트를 기록하면서 타율을 0.150까지 끌어올렸다.

박경수는 경기 뒤 "작년에 큰 부상이 있어서 타격코치들과 많이 대화를 하고 있는 중이다.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조금 더 경기를 나가면서 감각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누가 나가든, 나간 선수들이 잘 하는 게 첫 번째다.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수가 '경기' 이야기를 한 건 최근 그의 출전횟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팀이 치른 16경기 중 12경기에 나섰는데 선발 출장이 4번 뿐이었다. 오윤석(30)이 시범경기에서 타율 0.323, 2홈런으로 활약하면서 그의 뒤를 이을 채비를 마쳤다. 


사실 박경수 스스로 오윤석의 성장을 위해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박경수는 지난 17일 사직 롯데전에서 이강철 KT 감독에게 "오윤석이 잘 치고 있으나, 선발로 나가는 게 좋겠다"는 말을 했다. 프로에선 보기 드문 일이다.

21일 잠실 LG전에서 적시타를 때려낸 박경수. [연합뉴스]

21일 잠실 LG전에서 적시타를 때려낸 박경수. [연합뉴스]

 
박경수는 "냉정하게 따져 내가 나갔을 때 큰 도움이 되기보다는 윤석이가 잘 했기 때문에 그랬다. 윤석이가 겨울 내내 준비를 잘 했고, 시범경기도 좋았다. 나 또한 윤석이 같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안다. 좋을 때 경기를 계속 나가야 실패할지언정 얻는 게 있어서 감독님께 말씀드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윤석이가 안 나가면 자신감이 떨어질 것 같았다. 감독님께 말씀을 드리면 잘 받아주신다. 그게 맞고, 누구나 납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경수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진심으로 팀이 잘 되길 바라서다. 우리 나이 서른 여덟살인 박경수는 "누군가가 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이한테도 겨울부터 네가 주전 선수고, 주전선수로서 뛸 수 있는 컨디션을 맞추라고 했다. 홈구장 라커도 옆자리라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아직 윤석이가 불안해 하는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 너무 잘하고 싶은데 못하면 위축되는 모습이 보이는데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KT 위즈 오윤석. [뉴스1]

KT 위즈 오윤석. [뉴스1]

 
KT는 지난 두 시즌 슬로스타터의 모습을 보였지만 끝내 치고 나가 2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고, 창단 첫 우승까지 차지했다. 박경수는 초반에 팀도 너무 안 좋았고, 주장 역할을 잘 못 했다. 같이 나가서 저도 활약하고, 다같이 어우러져서 이기니까 기쁨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열심히 하는데 잘 안 풀려서 속상해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번 3연전을 계기로 작년처럼 연승도 오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우승이란 꿈을 이룬 박경수에겐 개인적인 욕심이 없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굳이 뽑자면 부상 안 당하는 거. 그거 하나"라며 "안 좋은 상태에서 3연전에 들어와서 위닝시리즈 정도를 생각했는데, 스윕까지 했다. 이번 3연전을 하면서 경기 준비하는데 지난해처럼 연승을 이어갈 것 같은 느낌이 났다"며 반등을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