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거장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새 영화 '파리, 13구'가 5월12일 개봉한다. 사진은 부동산 중계일을 통해 만나는 주인공 노라와 카미유(왼쪽부터). [사진 찬란·하이, 스트레인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4/25/d7b6bd95-4adc-46b6-a077-eddbbc37ed0a.jpg)
프랑스 거장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새 영화 '파리, 13구'가 5월12일 개봉한다. 사진은 부동산 중계일을 통해 만나는 주인공 노라와 카미유(왼쪽부터). [사진 찬란·하이, 스트레인저]
70세 프랑스 거장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데이트앱 시대 파리지엥의 사랑을 담은 흑백 영화 ‘파리, 13구’가 다음달 12일 개봉한다. ‘예언자’(2009) ‘디판’(2015) 등 이민자들의 극적 삶을 그려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황금종려상을 잇따라 받은 그가 영화 ‘러스트 앤 본’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로맨스 영화다. 파리 20개 행정구 중 다문화‧다인종이 섞여 사는 ‘파리 안의 아시아’ 13구를 무대로 젊은 세대의 엇갈린 4각 관계에 급변하는 파리의 시대상을 풀어냈다.
로맨틱 파리 잊으라, 청춘들의 데이트앱·채팅 사랑
!['예언자' '러스트 앤 본' '디판' 등 이민자, 장애 문제 등을 밀도 높은 이야기로 다뤄온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이번엔 다인종, 다문화가 어우러진 파리 13구를 무대로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다소 경쾌한 분위기의 흑백 영상에 담았다. [사진 ⓒEponineMomenceau, 찬란·하이, 스트레인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4/25/eb068a4b-5f64-4c55-a9bb-81b03607f734.jpg)
'예언자' '러스트 앤 본' '디판' 등 이민자, 장애 문제 등을 밀도 높은 이야기로 다뤄온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이번엔 다인종, 다문화가 어우러진 파리 13구를 무대로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다소 경쾌한 분위기의 흑백 영상에 담았다. [사진 ⓒEponineMomenceau, 찬란·하이, 스트레인저]
원제 ‘올랭피아드(Les Olympiades)’는 13구 한복판 고층건물 밀집지를 일컫는다. 1970년대 대대적인 재개발로 들어선 건물들엔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 동계 올림픽을 기념해 삿포로‧멕시코‧아테네‧헬싱키 등 역대 올림픽 개최 도시의 이름이 붙여졌다. 영화는 이런 건물들이 미로처럼 들어찬 도시를 무대로 사랑도, 일도,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주인공들을 그렸다. 보르도 시골 출신의 법대생 노라(노에미 멜랑)는 봄방학 파티에 금발 가발을 썼다가 온라인 포르노 스타 앰버 스위트(제니 베스)로 오해받아 집단 괴롭힘을 당한다. 중국계 콜센터 직원 에밀리(루시 장)는 갓 룸메이트가 된 아프리카계 교사 카미유(마키타 삼바)와 뜨거운 밤을 보낸다. “일 스트레스는 격렬한 섹스로 푼다”는 솔직‧발칙한 대화 뒤엔 명문대를 나오고도 임시직을 전전하는 청춘들의 현실이 펼쳐진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시아마 공동 각본, 여성 시선 불어넣어
![집주인과 룸메이트로 만나는 에밀리와 카미유는 신인 배우 루시 장, 마키타 삼바가 각각 맡았다. 두 사람은 자연스러운 호흡을 위해 촬영 전 조감독, 촬영감독과 다같이 춤을 배우기도 했다. [사진 찬란·하이, 스트레인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4/25/33b707ca-acc4-4e2a-acc9-ecf14a15fe31.jpg)
집주인과 룸메이트로 만나는 에밀리와 카미유는 신인 배우 루시 장, 마키타 삼바가 각각 맡았다. 두 사람은 자연스러운 호흡을 위해 촬영 전 조감독, 촬영감독과 다같이 춤을 배우기도 했다. [사진 찬란·하이, 스트레인저]
죄수·장애인·난민 등을 다룬 전작들에 비해 작품 밀도는 가볍지만, 바로 지금 파리의 민낯을 엿보는 듯한 재미가 크다. 오디아르 감독은 “파리에 사는 젊은이들은 도시 생활비가 비싸고 직업적 안정성을 찾기 힘들어 거주지를 찾아 헤맨다”며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과 실제 자신 사이에 괴리가 있는 인물들이 진짜 자신이 누구인가 찾아가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원작에 없던 자유연애주의자 카미유는 그런 면모를 반영한 캐릭터. 오디아르 감독은 또 중국 전통 가족 문화와 불화하는 에밀리에 대해 “처음 보는 남자와 사랑을 나누는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지만 정신적으론 가족들의 기대와 압박을 벗어나지 못하고 혼자만의 싸움을 하는 불균형한 캐릭터”라 전했다.
"젊은 세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과 실제 사이 괴리"
오디아르 감독의 작품에서 사랑은 계속 살아갈 힘의 원천처럼 등장해왔다. 사랑의 정의를 청하자 그는 프랑스어로 “사랑! 사랑! 사랑!(L'Amour! L'Amour! L'Amour!)”을 외친 뒤 가만히 미소 지으며 답했다. “사랑을 원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것이 사랑의 정의입니다.” 사회의 균열과 대립을 그린 영화도 비극적 결말만은 피해온 그다. “관객으로서도 비극적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극은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 이상의 교훈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