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19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전 대통령은 ‘공격적인 형태’의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대변인은 “지난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배뇨 증상이 악화한 후 전립선 결절이 새로 발견돼 진료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 16일 ‘글리슨 점수’ 9점(등급 그룹 5)으로 특정되는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으며, 암세포가 뼈로 전이된 상태였다”라고 덧붙었다.
전립선은 방광 바로 밑, 직장 앞쪽에 있는 남성 생식기관이다. 정액의 일부를 만들어내고 정낭과 함께 정액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립선에서 발생하는 암의 대부분은 전립선 세포에서 발생하는 선암(腺癌, 샘세포의 암)이다. 종양 조직의 분화 정도와 세포의 특성 등에 따라 유형을 구분하는데, 널리 쓰이는 분류 방식이 바이든 대변인이 언급한 글리슨 점수다. 분화도가 가장 좋은 1등급부터 최하인 5등급까지로 나누며 분화가 잘 되어 있을수록 예후도 좋다고 본다.
최근 20년새 국내 전립선암 환자는 크게 늘었다. 2022년 기준 국내에서 2만754명이 새로 진단받았다. 2000년(1372명)보다 15배 늘어난 수치다. 폐암에 이어 한국 남성 2위 암이다. 2021년에는 4위 암이었으나 1년 만에 두 계단 뛰어올랐다.
전립선암은 뼈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강성구 고려대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은 대개 뼈로 전이되기 때문에 전이가 심한 경우 뼈의 통증을 느껴서 검사하다가 우연히 전립선암을 발견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전립선암은 전립선의 주변부로부터 시작되는 악성종양으로 이 종양이 자라면서 전립선의 내부에까지 종양이 퍼질 수 있다”라며 “다른 암들과 같이 전립선암도 역시 신체의 다른 장기까지 전이될 수 있고, 또한 초기의 전립선암은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으나 암이 진행함에 따라 요도를 압박하는 등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라고 말했다.
전립선암은 보통 진행이 느리고, '순한 암'으로 알려져있다. 5년 상대생존율이 96.4%(2022년 기준)로 갑상선암, 유방암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암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립선암은 스펙트럼이 넓은 편으로, 모두 순한 암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유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에만 국한된 암이고, 분화도가 좋은 암은 생존율이 90%대다. 하지만 뼈 전이가 있거나 분화도가 나쁜 경우는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공격적인, 독한 놈이다. 아예 다른 암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암이 전립선을 벗어나지 않은 경우 생존율이 103%, 암이 발생한 장기 외 주위 장기, 인접 조직, 또는 림프절을 침범한 국소 전이의 경우에도 생존율이 101.2%에 달한다. 생존율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암이 발생한 장기에서 멀리 떨어진 뼈 등 다른 부위에 전이된 경우에는 생존율이 49.6%로 떨어졌다.
하 교수는 “바이든 전 대통령은 전립선암 4기로 추정되는데, 4기라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치료방법 다양해지고 치료 성적도 크게 향상됐다”라며 “치료를 잘 받은 덕분에 평범하게 잘 사는 4기 환자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전립선암의 치료법으로는 전립선과 정낭을 한 번에 완전히 적출하는 수술 치료, 방사선치료, 남성 호르몬 차단 요법 등 호르몬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이 있다. 보통 두 가지 이상을 병행한다.
하 교수는 “전이가 있는 환자는 약물치료를 한다”라고 말했다. 전립선암은 남성 호르몬이 암 조직을 자극해 성장시키고 진행시키는 암이다. 그래서 전립선암 약물치료의 주 작용 메커니즘은 남성 호르몬을 차단해 암조직의 성장과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년 남성에게 주기적인 검사를 권한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 뒤늦게 발견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하 교수는 “전립선암이 진단된 환자를 진료실에서 만나게 되면 거의 공통적으로 아무 증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라며 “그래서 진료실에서 전립선암을 진단받고도 믿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전립선 비대증 증상과 거의 비슷해, 전립선 비대증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진단이 되는 환자도 많다. 전립선암의 주된 증상은 배뇨 관련이다. 소변줄기가 가늘어지거나 본 후에도 남아 있는 듯한 느낌, 처음에 소변 보는 게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러한 증상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검사는 어렵지 않은 편이다. 동네 의원 등에서 PSA 혈액 검사를 통해 수치가 높게 나올 경우 정밀검사를 진행한다.
강성구 교수는 “전립선암은 알려진 것처럼 순한 암은 아니며, 초기 증상이 없는 만큼 전립선 건강을 위해서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증상이 없더라도 만 50세부터는 1년에 한 번, 전립선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만 40세부터 주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