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해에 승부 건 호랑이

KIA 유니폼을 입은 박동원. [사진 KIA 타이거즈]

KIA 유니폼을 입은 박동원. [사진 KIA 타이거즈]

호랑이의 해를 맞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더 빠르게 달릴 채비를 마쳤다. 
 KIA는 24일 키움 히어로즈로부터 포수 박동원(32)을 데려오면서 내야수 김태진(27)과 현금 10억원에 2023년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KIA는 최근 수년간 포수 문제로 골머리를 썩였다. 올 시즌 포수 김민식과 한승택이 번갈아 마스크를 썼지만, 김종국 감독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김민식은 타율 0.262(25일 기준)를 기록하며 데뷔 이후 가장 좋은 타격 성적을 보이고 있지만, 장타력과 블로킹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한승택은 도루 저지 능력이 뛰어난 편이지만, 타율이 0.214에 머물렀다. 
 KIA는 지난해에도 키움과 트레이드를 시도했다. 키움에는 박동원과 이지영(35) 등 주전급 포수가 2명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조건이 맞지 않아 트레이드는 성사되지 못했다. 프런트 경험이 있는 데다 키움 감독을 지낸 장정석 단장을 영입한 KIA는 결국 올해 박동원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KIA 이적 후 첫 인터뷰에 나선 박동원. [연합뉴스]

KIA 이적 후 첫 인터뷰에 나선 박동원. [연합뉴스]

 박동원은 어깨가 강해 주자 견제능력이 뛰어나지만, 프레이밍(투구를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능력)이나 블로킹은 평범한 편이다. 통산 타율도 0.257로 평균 수준이다. 대신 장타력은 KBO리그 전체에서도 상위권이다. 2015년 이후 한 시즌(2018년)을 제외하고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지난해엔 개인 최다인 22개를 기록했다. 통산 홈런 부문에선 역대 포수 중 12위(97개)다. 현역 선수 중에선 강민호(291개), 양의지(209개), 이재원(104개)에 이어 네 번째로 홈런이 많다. 이에 비해 한승택은 홈런 19개, 김민식은 18개다.
 오른손 타자라는 것도 장점이다. 최형우, 나성범, 소크라테스 등 KIA 중심타선엔 왼손 타자가 많다. 여기에 오른손 타자인 황대인과 박동원이 번갈아 배치되면 좌우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박동원은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만약 KIA가 올 시즌 뒤 박동원을 영입하려면 키움에 올해 연봉 3억1000만원의 200%인 보상금 6억2000만원과 보상 선수까지 내줘야 한다. 김태진을 보상 선수로 간주한다면, KIA로선 박동원을 1년 먼저 쓰기 위해 3억8000만원과 지명권을 투자한 셈이다.
 KIA가 적지 않은 대가를 주고 박동원 트레이드를 한 건 올 시즌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KIA는 지난 겨울 FA 선수 나성범을 영입하기 위해 6년 최대 총액 150억을 주는 조건을 내걸었다. 팀 홈런 꼴찌(66개)에 그친 타선 강화를 위해서였다. 여기에 미국에서 돌아온 투수 양현종도 4년 최대 103억원을 주는 조건으로 붙잡았다. 2017년 우승 이후 5위-7위-6위-9위로 하위권을 맴돌던 팀 분위기를 한꺼번에 바꾸겠다는 뜻이다.
 장정석 KIA 단장은 "박동원의 가세로 공격력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좌우 타선의 불균형도 해소될 것"이라며 "팀을 새롭게 재편한다고 해서 성적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KIA는 25일 현재 9승 10패를 기록하며 6위에 머물고 있다. 투수진은 잘 버티고 있지만, 야수진은 기대 이하다. 유격수 박찬호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이탈했고, '제2의 이종범'으로 꼽히는 신인 김도영도 아직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박동원을 영입한 KIA가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