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신 타자의 고백 "저라서 볼이긴 합니다"

`2022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삼성 라이온즈 시범경기 삼성 1회말 김지찬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2022년 3월 28일. (김창율/news@isportskorea.com)

`2022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삼성 라이온즈 시범경기 삼성 1회말 김지찬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2022년 3월 28일. (김창율/news@isportskorea.com)

올 시즌 KBO리그 최대 화두는 스트라이크 존이다. 지난해보다 넓어져 타자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존 덕에 이득을 보는 타자도 있다. KBO리그 최단신 김지찬(21)이다.

KBO는 개막을 앞두고 '스트라이크존 정상화'를 외쳤다. 야구 규칙이 정의하는 스트라이크 존은 '유니폼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이다.

예년에는 규정보다 좁게 적용했으나, 좌우상하 모두 넓히겠다는 것이었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아울러 "타자의 키도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키가 큰 선수는 높낮이를 넓게, 작은 선수는 낮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KBO리그 최단신 타자는 1m63㎝인 김지찬과 김성윤(23·삼성)이다. 김지찬은 26일 대구 LG 트윈스전이 끝난 뒤 달라진 존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모든 타자들이 너무 넓어졌다고 생각했다.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까 그렇게 심한 것 같지는 않다"며 "다른 선수들은 스트라이크일 코스도 볼이 될 때가 있다. 나라서 볼이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김지찬은 올해 지난해보다 많은 볼넷을 얻고 있다. 지난해엔 336타석에서 볼넷 27개를 골랐는데, 올해는 70타석에서 11개를 얻었다. 비율상으로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볼넷이 늘어났다. 덕분에 출루가 늘어났다. 지난 시즌보다 타율(0.274→0.250)이 낮지만 출루율(0.331→0.373)은 올라갔다. 허삼영 삼성 감독도 1번으로 김지찬을 자주 기용하고 있다.


마냥 볼을 기다리기만 하는 건 아니다. 0-4로 뒤진 6회 말 선두타자로 나온 김지찬은 LG 애덤 플럿코를 상대로 3루수-유격수 사이를 빠지는 안타를 쳤다. 삼성 타선은 이후 5안타를 몰아쳐 4-4 동점을 만들었다. 타자일순해 다시 타석에 선 김지찬은 초구 볼을 고른 뒤 2구째 투심을 잡아당겨 안타를 날렸다. 5-4 역전을 만든 결승타였다.

김지찬은 "한 이닝 2안타가 처음은 아니다"라고 웃었다. 지난해 4월 17일 롯데전에선 프로야구 최초로 1이닝 2안타 3도루라는 진기록을 세운 적이 있다. 3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한 김지찬의 활약 덕에 삼성은 7-4 승리를 거두고 3연패를 끊었다.

김지찬에게 '작은 키'는 허들이 아니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키를 신경 쓴 적이 없었다. 나보다 큰 선수보다 내가 더 잘하면 된다. 작은 키를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강점으로 살리면 된다"고 한다.

자신의 말처럼 김지찬은 빠른 발과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 기민한 수비로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았다. 2020년 데뷔 이후 2년 연속 20도루 고지를 밟았다. 올해는 6번 도루를 시도해 100% 성공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대체선수 대비 조정수비기여(WAA) 0.245로 리그 전체 9위에 올라 있다.

유격수 중에선 오지환(LG)과 박성한(SSG 랜더스)에 이은 세 번째다. 이학주(롯데 자이언츠)가 떠난 자리를 잘 메우고 있다. 김지찬은 "누가 오고 가면, 영향은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면 더 안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찬은 팀 선배들이 가장 예뻐하는 후배다. 작은 체격에도 투지 넘치고, 똑똑하게 야구를 하는 모습 덕분이다. 삼성 선수들 뿐 아니라 다른 팀 선배들도 그렇다. 은퇴한 정근우는 "김지찬이 내 후계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지찬도 "선배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감사하다"고 했다.

그런 김지찬도 이제는 선배가 됐다. 고졸 신인 이재현(19), 대졸 신인 김재혁(23)이 1군에서 함께 뛰고 있다. 세 사람은 경산 2군 숙소를 함께 쓰고 있어 자주 붙어다닌다. 김지찬은 형과 동생이 프로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김지찬은 "재현이는 눈치가 빠르고, 멘털이 좋아 잘 적응하고 있다. 재혁이 형이 (상무에 합격해)군입대하는데 아쉽지만 이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