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앞 오른쪽 세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충모ㆍ이혜전 부부와 그들의 제자들. 윤정은ㆍ이승빈ㆍ이윤수ㆍ정혜연ㆍ강정은ㆍ김규연ㆍ박종해ㆍ허재원ㆍ박수진ㆍ최성진ㆍ이승연ㆍ이은서ㆍ정다현ㆍ황영경ㆍ박유정ㆍ최지은ㆍ김정은ㆍ이훈ㆍ최현아. 우상조 기자
이제는 세계 음악계에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없으면 이상한 시절이다. 대형 콩쿠르는 물론이고 주요 공연장, 음악 학교, 매니지먼트에서 한국 피아니스트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피아노 역사를 볼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94ㆍ80세가 된 정진우ㆍ신수정, 또 이경숙 피아니스트와 고중원(78) 단국대 명예교수, 여기에 최연소로는 1991년생 피아니스트까지 총 48명이 한 무대에 선다. 60여년의 피아노 역사를 돌아본다는 뜻으로 ‘피아노 헤리티지(유산)’라는 제목이 붙었다.
최초 유학파부터 세계 활약하는 연주자까지
“최초 유학파 선생님들을 거쳐 최근의 젊은 연주자까지 둘러보면 한국 피아노 역사의 큰 흐름이 보인다.”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강충모는 “커다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선 스승들이 해외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한국에 배움을 전수한 시절을 떠올렸다. “정진우 선생님의 스승인 이애내(1908~96) 선생님이 최초의 독일 유학파였다. 이애내ㆍ정진우의 계통으로부터 한국에도 체계적인 서양음악 교육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강충모는 피아노 연주의 발전사에서 ‘연주할 곡목 확대’의 의미가 크다고 봤다. 해외 연주자의 내한은 물론 악보 출판, 음반 발매도 드물던 시절에는 피아노 작품 목록 전체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가 대학에서 공부하던 80년대 즈음부터 음반 보급이 활발해졌고, 연주곡목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음반을 들으려면 대학 도서관에서 신청해야 했는데, 한번은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을 틀어달라 부탁했다. 그런데 생전 들어본 적 없는 곡이 나오는 게 아닌가.” 같은 음반에 들어있는 슈만의 판타지였다.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연주한 버전이었다. 강충모는 “그 밖에도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을 듣다가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모음곡을 알게 되는 식으로 우연의 힘까지 빌려 차츰 연주곡목을 늘려갔다”고 말했다.
안 쳐본 곡이 없게 된 피아니스트들

피아니스트 강충모, 이혜전 부부(맨 앞)과 함께 하는 젊은 피아니스트들. 우상조 기자
강충모가 기획한 이번 공연에는 피아노 독주가 없다. 피아노 8중주로 시작해 2중주, 4중주, 다시 8중주로 이어진다. 강충모는 “늘 혼자서만 연주하던 피아니스트들이 함께 하다 보니 공연 연습 시간에 다들 행복해한다”고 했다. 출연진 중 최연소인 피아니스트 이승연(31)은 “이렇게 황홀하면서 떨리는 공연은 처음”이라고 했다. 공연은 1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차이콥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와 교향곡 5번 4악장, 라벨 볼레로를 비롯해 거슈인, 구노, 스메타나 작품의 피아노 앙상블 편곡 버전을 들을 수 있다. 강충모는 “정진우 선생님은 고령으로 연주에 참여하지는 않고 깜짝 등장하신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