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해설위원, 태극마크 땄다…33세 이정수 쇼트트랙 국대

태극마크를 다시 달게 된 이정수.

태극마크를 다시 달게 된 이정수.

불과 몇 달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해설위원으로 나섰던 그가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밴쿠버 올림픽 2관왕 이정수(33·서울시청)가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이정수는 8일 서울 태릉실내빙상장에서 끝난 2022~23시즌 KB금융그룹 종합선수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남자부 5위를 차지했다. 전날 열린 500m 2위에 오른 이정수는 3000m 수퍼파이널에서 중간포인트 포함 8점을 따내면서 랭킹포인트 26점을 얻었다. 1차 대회에선 11위에 머물렀던 이정수는 단숨에 합계 7위로 뛰어올랐다.

이번 선발전에선 남녀 각각 7명의 선수가 대표로 선발된다. 1·2위는 2022 세계선수권 상위입상자(최민정·이준서)와 함께 2023 서울 세계선수권 개인전 출전 자격을 얻는다. 3~4위는 세계선수권 계주, 5위는 월드컵 계주에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6·7위 선수도 진천선수촌에서 함께 훈련하면서 부상 선수가 나오거나 사정이 생길 경우,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다.

이정수는 2010 밴쿠버 올림픽 2관왕이다. 10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2014 소치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선 탈락했다. 아쉬운 마음에 스피드스케이팅에도 도전했지만,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서도 쇼트트랙, 롱트랙 모두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해설을 했던 이정수.

베이징 올림픽에서 해설을 했던 이정수.

평창 올림픽에서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그는 꾸준히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선발전의 벽을 좀처럼 넘진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극적으로 국가대표 막차를 탔다. 2016~17시즌 이후 6년만이다.


이정수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했고, 소속팀도 없었다. 선발전 준비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다행히 서울시청에 들어가게 돼서 짧은 시간 열심히 준비했다. 포기하지 않고,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도 고민했다. 스포츠토토에서 재계약이 안 돼 개인 스폰서도 알아봤는데 쉽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이정수는 "베이징 올림픽에 다녀온 뒤 격리를 했다. 3월 종별 선수권을 앞두고 팀에 입단해 한 달 정도 훈련했다. 밴쿠버 때처럼 좋다"며 "전혀 예상을 못 했다. 2차 선발전(24위 이내)까지만 가려고 했다. 느낌을 살려보려는 게 참가의 계기였는데, 포기하지 않다 보니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은 그에게도 큰 동기부여였다. 당시 그는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을 안타까워하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정수는 "사실 평창 때는 참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실패하고 해설을 하게돼)마냥 선수들이 부러웠다. 베이징에선 부모 같은 입장으로 선수들을 응원했는데, 편파 판정까지 있었다. 실전에서 올림픽 본다는 게 이미지 트레이닝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30대 중반의 나이. 끝을 바라볼 때지만 그는 도전을 시작했다. 이정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설렘이 생겼다. 성과를 내면서 '다시 시작할 수 있구나' 싶다. 진천에서 좋은 선수들과 훈련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2020년 결혼한 그는 육아와 운동을 병행했다. 이정수는 "사실 이번 선발전은 모 아니면 도였다. 아이도 있고, 가정도 있어서 서울에서 운동을 해야 했고, 목동에서 무작정 훈련했는데 좋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이 좋아하겠지만 걱정도 된다. 그동안 육아를 내가 많이 했고, 아내와 장모님이 이번에 숙소 생활을 하는 동안 도와주셨는데 감사드린다. 대표팀에 가면 훈련수당을 받으니까 아내에게 선물하겠다"고 미소지었다.

지난 시즌 곽윤기(고양시청)가 그랬던 것처럼 이정수는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진천에는 5년 만에 처음 간다. (대표팀 막내인)이동현은 고등학생이라 삼촌뻘이다. 후배 선수들하고 화목하게 잘 지내고 싶다"며 "내가 나이가 제일 많다. 세계선수권 나가는 선수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잘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