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서울 골프장 9번 홀의 그린. 왼쪽과 오른쪽에 2개의 그린이 있다. 성호준 기자.
4타차 선두로 출발한 김비오를 조민규가 맹추격했다. 한때 공동 선두까지 쫓아갔다. 다시 두 타 차로 벌어진 11번 홀에서 조민규는 버디 기회를 잡았다. 그때 경기위원이 찾아왔다. 조민규가 9번 홀에서 2벌타를 받아야 한다는 거였다.
남서울 골프장은 투그린이다. 한 홀에 그린이 2개씩 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등에는 더블그린이 있다. 커다란 그린 하나를 두 홀이 공유하는 것이다. 투그린과는 반대 개념이다. 제주 나인브릿지에도 더블 그린이 있다.
투그린은 일본이 원조로 알려졌다. 잔디 관리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 유행한 것이다.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린을 두 개 만들어 교대로 쓴다. 한국에도 오래된 골프장 중에는 투그린 골프장이 많다. 매경오픈이 열린 남서울도 그중 하나다.
투그린은 사라지는 추세다. 단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그린 두 개는 정상적 크기의 그린 하나 보다 면적이 더 크다. 그린 공사비와 관리 비용이 더 든다.
그린이 작아 온 그린이 어려워 경기가 오래 걸린다. 그린 위에서의 퍼트 묘미가 적다. 그린 크기 한계 때문에 경사를 많이 주기가 어렵다.
대회 기간에는 그린을 바꾸기가 어렵다. 야디지 등이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은 그린 하나에 핀 꽂을 곳이 많지 않다.
조민규는 파 5인 9번 홀에서 두 번쌔 샷이 사용하지 않는 그린 근처 프린지까지 갔다. 이곳에서 칩샷을 해서 사용하는 그린에 올려 2퍼트로 파를 했다. 칩샷을 할 때 그의 발이 그린을 밟은 것을 경기위원이 목격하고 벌타를 준 것이다.
![김비오. [대회조직위 제공]](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08/e08c0d2d-c680-45d9-a91f-de021d4b9aed.jpg)
김비오. [대회조직위 제공]
그린 보호를 위한 규정이다. 잘 못 된 그린에서는 그린 밖으로 드롭하고 쳐야 한다. 이 조항이 아시아의 투그린에도 적용된다.
2018년까지는 공만 그린 밖이면 괜찮았는데 이후 규칙이 바뀌어 스탠스가 걸쳐도 안 된다. 조민규는 “일본에서는 투그린에서 스탠스는 걸쳐도 상관없다는 로컬룰이 있는 대회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매경오픈에서는 그런 로컬룰이 없었다.
이후 조민규의 추격은 끊겼다. 13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2위에 그쳤다.
김비오는 2012년 이 대회 챔피언으로 10년 만에 우승했다. 그 동안 사연이 많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했다가 돌아왔으며 2019년 대구경북오픈에서 손가락 욕을 했다가 3년 출전정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6개월로 출전 정지가 줄어들었고 지난해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김비오의 7번째 우승이며, 이 우승은 손가락 욕설 파동 후 두번째 우승이다.
김비오는 마지막 홀에서 사용하지 않는 그린 위에 볼이 올라가자 스탠스까지 그린을 밟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드롭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두 선수의 타수 차는 2타였다. 9번 홀 2벌타가 없었다면 연장전에 갈 뻔했다.
김비오는 "오늘 힘들었다. 11번 홀에서 벌타 얘기가 나와 흐름이 깨지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모두 끼어 있는 주에 그린에서 3대가 함께 우승 축하를 해 색다른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연. [KLPGA 제공]](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08/d3c8e7c4-0ac8-47a7-b446-7dc0b37bab31.jpg)
조아연. [KLPGA 제공]
한편 조아연은 8일 충북 충주시 킹스데일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합계 14언더파로 이가영을 4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19년 3승을 하면서 신인왕에 오른 후 2년 여 부진했던 조아연은 2년 7개월만에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이가영은 지난주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준우승했다. 79경기를 치른 이가영은 우승 없이 통산 4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성남=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