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오승환이 44개의 공을 던진 이유? 자진등판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연합뉴스]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연장 10회 말. 삼성 마무리 오승환(40)은 마운드를 향했다.

이미 1과 3분의 1이닝을 던졌지만, 또 던졌다. 10회 초 오재일의 홈런으로 4-2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오승환은 세 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우고 경기를 매조졌다. 2와 3분의 1이닝 1실점한 오승환은 44개의 공을 던졌다. 오승환이 40개 이상의 공을 던진 건 2020년 7월 30일 대구 한화이글스전 이후 22개월 만이다. 비록 동점은 내줬으나 역전은 막아낸 뒤 다시 잡은 리드를 지켜 시즌 첫 구원승을 챙겼다.

10일 대구 SSG 랜더스전을 앞둔 허삼영 삼성 감독은 "(2-2 동점으로)9회를 끝낸 뒤 오승환을 교체할 생각이었다. 아이싱 준비도 했다. 그런데 (연장 10회 초에)점수를 뽑자 승환이가 스스로 던질 준비를 하더라. 그 상황에서 마무리를 말릴 수 있는 감독은 없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연합뉴스]

오승환의 출격 타이밍은 평소보다 빨랐다. 8회 2사 이대호가 내야안타를 치고, DJ 피터스가 타석에 들어설 때 등판했다. 8회는 잘 막았지만, 9회에는 안타 3개를 맞고 1실점했다. 이때 이미 투구수는 35개에 도달했다. 그러나 10회에 다시 등판해 공 9개로 경기를 끝냈다. 다음날이 휴식일이라 해도 쉽지 않았지만, 오승환의 책임감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베테랑이지만 오승환은 팀이 어려울 땐 언제나 스스로 책임졌다. 4월 29일~5월 1일 열린 KIA 3연전에선 모두 등판했다. 첫 경기에선 마운드 방문 횟수 문제로 도중에 내려와 홀드를 기록했고, 2·3차전에선 세이브를 올렸다.


2022 시즌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오승환. [뉴스1]

2022 시즌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오승환. [뉴스1]

2020시즌엔 4연투를 한 적도 있다. 더블헤더 포함 사흘 동안 열린 4경기에 모두 나와 3과 3분의 2이닝 무실점했다. 허삼영 감독은 마지막 경기에서 휴식을 주려 했지만, 오승환이 등판을 원했다. 오승환은 "혹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4연투지만 더블헤더가 끼었을 뿐 3일 동안 던진 거다. 코칭스태프는 쉬라고 했지만, 워밍업을 해 보니 문제가 없어 나가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나이 마흔 하나인 오승환은 '끝판대장'으로 불리던 전성기만큼 타자를 압도하진 못한다. 하지만 숱한 위기 상황을 겪었고, 이를 이겨낸다. 평균자책점은 3.38이지만, 블론세이브는 롯데전에서 처음 기록했다. 세이브 상황에서 9번 등판해 7개의 세이브, 1개의 홀드를 거뒀다. 시간이 지나도 오승환은 여전히 오승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