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비켜” 사대남 사로잡은 아이오닉5, 모델3 추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최초로 적용한 아이오닉5. [사진 현대차]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최초로 적용한 아이오닉5. [사진 현대차]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가 테슬라 모델3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여기에 기아 EV까지 가세하면서 모델3 판매량은 더욱 감소하는 추세다. 

12일 자동차 정보 포털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아이오닉5는 지난해 4월 국내 출시돼 지난달까지 만 1년 동안 총 3만2777대가 팔렸다. 이는 국내 시판 중인 모든 전기차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치다.  

주요 전기차 연도별 판매대수 비교. 그래픽 김경진 기자

주요 전기차 연도별 판매대수 비교. 그래픽 김경진 기자

 

그랜저보다 실내 넓고, 타이칸보다 충전 빨라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베스트셀링카는 테슬라의 중형 세단 모델3였다. 당시 연간 등록 대수 1만1003대를 기록하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1만대 이상 팔렸다.  

하지만 현대차가 지난해 아이오닉5를 출시하면서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월간 판매량 1078대로 테슬라 모델3의 3186대보다 적었으나 6월부터 모델3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간 등록 대수는 아이오닉5가 2만2604대로 모델3(8898대)보다 많다. 


아이오닉5가 이처럼 잘 팔리는 이유는 우수한 공간성이 한몫 했다. 아이오닉5는 1열 시트 두께를 내연기관 차량보다 30% 줄이고,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휠베이스)를 3000㎜로 늘렸다. 경쟁 차종인 모델3의 휠베이스 2875㎜보다 넓은 것은 물론, 차체 크기를 기준으로 한 차급 위인 그랜저(2845㎜)보다 넓다.  

넉넉한 실내 공간은 4인 가족을 둔 중년 남성 소비자가 차량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아이오닉5를 구입한 소비자를 연령·성별로 구분하면, 전체 소비자의 19.9%(3300명)가 40대 남성이었다.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서 열린 테슬라 모델3 인도 행사에 모델3가 주차되어 있다. [사진 테슬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서 열린 테슬라 모델3 인도 행사에 모델3가 주차되어 있다. [사진 테슬라]

 
빠른 충전 속도도 아이오닉5가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차지한 비결로 꼽힌다. 초급속 충전기(E-피트)를 사용하면 배터리 잔량을 10%에서 80%까지 끌어올리는 데 18분 걸린다. 5분만 충전하면 100㎞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포르쉐 타이칸, 아우디 e-트론 GT 등 억대 고가 전기차의 경우 80%까지 충전하는데 22분가량 걸린다.

이와같은 충전 시스템은 유럽에서 아이오닉5가 ‘2022 올해의 차’로 뽑히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젠스 마이너스 독일 올해의 차 심사위원은 “아이오닉5의 배터리 충전 시스템은 획기적”이라고 말했고, 존 챌린 영국 올해의 차 심사위원장도 “빠른 충전 속도를 자랑하는 아이오닉5는 ‘올해의 차’로 손색없는 경쟁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모델3의 충전거리가 저온에서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사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아이오닉5가 완전히 충전하면 주행 가능한 최대 거리는 429㎞로 모델3(496㎞)보다 짧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모델3의 일부 트림은 영하 7℃에서 최대 39.5% 빨리 방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 EV6 GT는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메르세데스-벤츠 등 고성능 슈퍼카와 드래그 레이스를 펼쳤다. [사진 기아]

기아 EV6 GT는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메르세데스-벤츠 등 고성능 슈퍼카와 드래그 레이스를 펼쳤다. [사진 기아]

‘전기차 1위는 테슬라’도 옛말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주요 수상 내역. 그래픽 신재민 기자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주요 수상 내역. 그래픽 신재민 기자

 
기아 EV6의 추격도 매섭다. 지난달 EV6 등록 대수는 3416대로 아이오닉5(3547대)를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최대 주행거리가 475㎞로 아이오닉5보다 긴 데다 주행 성능이 우수해서다. EV6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가속 성능)은 3.5초로 지금까지 등장한 국산차 중 가장 빠르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 사륜구동 모델의 가속 성능은 5.2초다.

모델3 퍼포먼스 모델의 가속 성능은 3.3초로 EV6보다 빠르지만 가격이 8439만원으로 고가다. 아이오닉5(4695만~5755만원)나 EV6(4630만~5980만원)보다 두 배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한다.

한편 지난달 모델3 판매량은 0대였다. 이가현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연구원은 “전량 해외에서 생산해서 국내 판매하는 모델3는 분기에 한 번씩 선적해오기 때문에 월별로 보면 등록 대수 격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모델3의 올해 연간 누적 등록 대수는 2698대로 아이오닉5(1만262대)의 4분의 1 수준이다.